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지주사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한창인 금융권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관리는 금융 당국의 재량이 아닌 책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 직후 최근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예전 권위주의 시대처럼 최고경영자 선임에 개입한 일은 없다”면서도 “다만 카운터파트로서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분인지 리스크가 있는 분인지 안 보는 것도 이상한 것 아니냐. 최고경영자 리스크 관리는 금융당국의 재량이 아니라 책무”라고 답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는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내고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 전 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의 거취는 다음 주 중으로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환 현 회장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연임이 무산됐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 초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행장 후임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내다 지난 5월 정권 교체 후 사퇴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통상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 이내 재취업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이런 절차를 비껴갈 수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는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 명단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진 비엔케이(BNK)금융지주의 경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이현철 우리카드 감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원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 한차례 관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달 9일 라임 사모 펀드 불완전 판매로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되는 문책 경고를 받은 손 회장은 소송을 통해 징계 취소를 받아내지 않으면 연임에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회장 선임은 이사회가 추천하고 주주총회가 결정하는 것이지 금융당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사들과 회장이 아직 제대로 논의한 바 없지만 내년 1월이면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