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금융감독당국 수장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전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후보에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민간 자율을 주창하는 것과 달리, 현장에선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나라 금융사에서 관치 금융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금융업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만든 주요인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5대 금융지주 중 한곳인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애초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됐으나 갑자기 바뀌는 분위기다. 이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영입한 인물이었다. 농협금융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인 만큼 금융권에선 이 전 실장의 회장 선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에서는 다시 ‘낙하산 인사’를 한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회장 교체 시기가 다가온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비엔케이(BNK)금융지주에서도 낙하산 인사설이 파다하다. 여기에도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인사나 모피아(재정·금융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미 일부 금융기관에선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수장 자리를 꿰찼다. 수출입은행장에 윤 대통령이 사법시험 준비 시절 가깝게 지낸 인사가, 보험개발원장에는 서울대 법대 동기가 임명된 게 그런 사례다. 금융권에선 이런 기류가 금융지주와 은행장 인사로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권 핵심부에서 낙점하는 낙하산 인사는 여러모로 금융업에 해악을 끼친다. 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로비가 만연해질 뿐만 아니라, 그렇게 수장이 된 인사는 채용 등 각종 청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대응 역량과 조직 장악력도 떨어져 해당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잦은 금융사고를 유발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관치 금융의 폐해가 심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간 자율에 맡긴 바 있다.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유능한 경영자를 선출하는 게 아직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성공 사례가 확산되도록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유도해야지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금융업을 퇴보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