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인수의 목적이 경영권이 아닌 ‘전략적 제휴’에 있다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던 걸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법원의 일차적인 판단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에스엠은 공시에 거짓을 기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5일 에스엠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문을 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유성)는 에스엠-카카오 계약이 “경영권 귀속과 관련하여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이를 현실화한 행위”이며 “(에스엠에 대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에스엠과 카카오가 주장해온 내용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두 회사는 신주·전환사채 계약의 목적이 전략적 제휴 강화에 있으며 경영권 분쟁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등장으로 이미 경영권 갈등이 가시화한 점에 주목했다. 얼라인이 2021년 에스엠 지분을 취득한 뒤 이 전 프로듀서의 지배력을 겨냥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얼라인이 추천한 곽준호씨가 감사에 선임된 바 있다. 당시 얼라인은 라이크기획 계약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이 전 프로듀서가) 에스엠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모두 임명”한 점을 들며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독립적인 감사 후보를 추천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엠이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카카오에 넘긴다면 경영권 분쟁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카카오는 계약된 신주와 전환사채를 모두 인수하면 지분 9.05%로 2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이나 케이비(KB)자산운용 등 다른 주주들과 연합하면 최대주주를 위협할 수 있는 지분이다. 특히 카카오의 지분 인수로 이 전 프로듀서와 하이브의 지분 총합이 18.45%에서 16.78%로 희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카카오가 추가 지분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한 것도 경영권을 노린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법원은 봤다. 에스엠-카카오 계약에는 에스엠이 향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등을 발행할 경우 카카오가 이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로써 에스엠과 카카오가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에스엠은 거짓 공시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달 7일 에스엠은 신주·전환사채 계약의 목적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와 제휴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평적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카카오는 에스엠과의 관계가 전략적 제휴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공개매수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을 열어둬 논란을 빚어왔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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