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케이디비(KDB)산업은행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은행 제공
강석훈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플랜비(B)’를 벌써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비’(대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무산 이후를 대비할 상황이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논의가 2년 넘게 지속된 상황이어서 쉽게 될 것이다, 안 될 것이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유럽연합, 미국 등이 기업결합 승인을) 안 해줄거였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늦어도 올해 3분기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에 대해서도 “합병 무산시를 대비한 지분 처분 계획도 준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산은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 채권은행이었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독과점 우려가 있는 탓에 총 14개 국가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3개국에서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쟁당국이 부정적인 견해까지 밝히면서 합병은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3개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 표를 던지면 합병은 무산된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추진할 목적으로 대한항공 최대 주주인 한진칼 지분 10.7%를 유상증자 참여와 교환사채 인수 등으로 확보한 바 있다. 만약 두 기업 합병이 무산돼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명분이 없어져 처분하게 되면, 한진칼 지분구조가 요동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강 회장은 이날 에이치엠엠(HMM)의 연내 매각에 대해서는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 지금 단계에서 자신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관심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적자로 산은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에 배당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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