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서울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서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핵심 쟁점으로 꼽혀온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2일 승인했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없이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 이사회를 열어,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동의했다. 화물사업부 매각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동의 여부를 묻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과반 찬성으로 안건을 승인했다. 지난달 말 사임한 사내이사 1명을 뺀 사내·외 이사 5명이 참석해, 3명 찬성으로 안건을 승인했다. 반대는 1명, 나머지 1명은 기권했다. 기권한 사외이사 1명은 반대 입장을 이어오다, 이해충돌 소지가 깔끔히 해소되지 않은 또다른 사외이사가 표결에 참석키로 하는 데 반발해 퇴장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게 되면,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독과점 가능성을 들어 지난 5월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과 함께 아시아나항공과 중복 운항하는 유럽 4개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에 대한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을 반납하는 계획 등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마련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시정조치안이 통과되자, 해당 안건을 즉시 유럽연합 집행위에 제출했다. 집행위는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내년 1월께 두 항공사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정을 두고 “대한항공 독점을 강화하고, 아시아나항공 해체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반발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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