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대기업의 총수를 소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 센터장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3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센터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날 금감원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으나 카카오 최대주주로서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카카오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있다.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대기업집단 총수를 소환해 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 2월 에스엠엔터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당국은 카카오 쪽이 당시 에스엠엔터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했다고 보고 있다. 에스엠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주당 12만원)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이 과정에서 김 센터장이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김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 간의 관계도 주된 관심사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벨벳제1호를 통해 2021년 카카오그룹 계열사 카카오브이엑스(VX)에 약 1천억원을 투자했으며, 같은 해 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은 카카오브이엑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쪽에서 에스엠엔터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 카카오와의 공모를 의심했던 이유다. 지난 19일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원아시아파트너스 쪽 관계자들과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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