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산 배당 아직 받을 수 있다…연말 배당락은 이제 옛말?

상장사 28%가 기준일 내년으로 변경
내년 2∼3월 주식매수 배당 두번 가능

사진은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이 가까워지면 배당금을 노리는 투자자들로 활기를 띠던 주식 시장 풍경이 올해는 점차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가 보인다. 투자자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배당금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지정하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말이면 치솟던 배당주 인기도 배당금이 확정되는 내년 3월 주총 이후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2267곳 중 28.1%인 646곳이 올해 결산 배당부터 배당기준일을 내년 주주총회 이후로 정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특히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은행, 금융지주, 보험, 자동차주 다수가 이렇게 정관 변경에 나섰다. 케이비(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는 물론이고,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과 삼성화재·디비(DB)손해보험· 현대해상·한화생명 등 보험, 미래에셋증권·엔에이치(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증권사가 모두 내년 2월 말∼4월로 배당기준일을 설정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31일 배당 절차 개선안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12월에 한 해 사업을 결산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은 의례적으로 매년 말일을 배당 기준일로 정해놓고 폐장일(마지막 거래일) 이틀 전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러나 배당금액은 이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돼 4월에나 지급되다보니 투자자들은 얼마를 배당받을지 알지 못한 채 투자를 해야 하는 ‘깜깜이 배당’이 이어져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주총 이후로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도록 상장사들에 배당 절차를 개선하라고 독려해 왔다. 배당금이 결정된 이후 주식을 사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주식을 매수해 배당을 받을 수 있던 마지막 날은 26일이었다. 29일은 주식 시장이 쉬기 때문에 28일이 마지막 주식 거래일인데, 통상 주식 거래 결제에 2영업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7일부터는 주식을 사도 배당 받을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데, 이 날을 배당락일이라고 한다.

그동안은 배당락일 전까지 투자자 수요가 몰려 고배당주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다가 배당락일을 기점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양상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배당 기준일을 내년으로 바꾼 곳들이 늘며 배당락에 따른 주가 하락 폭이 예년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6일 “올해 배당제도 개선으로 일부 상장사의 배당기준일이 내년 1분기로 변경되면서 전통적 배당락일 관련 변동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년 3월 배당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들은 올해 결산 배당 뿐 아니라 내년 1분기 배당까지 한 번에 노릴 수 있게 된다. 분기 배당의 경우 배당기준일이 자본시장법상 3월 말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결산 배당을 위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3월 말까지 주식을 보유한다면 분기 배당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준섭 엔에이치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금융지주는 2월 말~3월 말까지 두 번의 배당기준일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이 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는 두 번의 배당을 받을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남지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