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 영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 세빛섬 FIC컨벤션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B-day ''언베일링 세러머니''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카카오뱅크가 영업 나흘째 8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은 시중은행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금리와 수수료 전략에 기인한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영업 전략이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경향을 나타내 카카오뱅크 등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30일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후 3시까지 개설된 계좌수는 82만600개라고 밝혔다. 예·적금은 2750억원, 대출은 2260억원을 기록했다. 27일 영업 개시한 카카오뱅크와 지난 4월3일 출범한 케이뱅크는 기존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 파격적인 수수료 할인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금리 2% 수준의 예·적금 상품을, 케이뱅크는 예금 2%·적금 2.5% 수준의 상품을 내놨다. 시중은행들의 1년 정기예·적금 금리는 1.1~1.8% 수준이다. 대출 금리도 2% 수준으로, 3%를 훌쩍 넘는 시중은행들보다 최대 1%포인트 차이가 난다. 수수료는 더욱 파격적이다. 편의점과 지하철역의 자동화기기(ATM) 이용 수수료를 연말까지 안 받는다.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사례분석과 시사점>을 보면, 이런 가격경쟁 전략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1990년대 미국에 설립된 넷뱅크(NetBank)와 넥스트뱅크(NextBank)는 시중은행보다 3배나 높은 예금금리 등 공격적인 가격경쟁을 벌였으나 수익성은 저조했다. 특히 넷뱅크는 전산설비 등 시스템 구축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결국 부실화됐다.
반면, 가격경쟁력 대신 소비자 편의성 중심의 영업 전략을 구사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였다. 2000년대 중반에 설립된 일본의 지분뱅크(Jibun Bank)와 독일 피도르뱅크(Fidor Bank)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상품 등 서비스 경쟁 전략으로 시중은행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객들은 금리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가 다른 곳보다 낮으면 바로 돈을 빼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시중은행은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우량 고객을 붙잡을 수 있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격경쟁에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은 카카오톡 기반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내놓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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