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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국민연금,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첫 찬성표

등록 2017-11-20 18:43수정 2017-11-20 22:41

KB금융 주총서 끝내 부결됐지만
연금, 국내 주요 상장사 대주주
지배구조 개선에 미칠 파장 주목

‘문재인 정부 코드맞추기’ 지적에
연금 “내부지침 따른 주주권 행사”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국민연금이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한 첫 사례가 나왔다. 국내 주요 상장 기업·은행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로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섬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케이비(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케이비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이 ‘주주 제안’ 방식으로 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만 이날 주총에선 관련 안건이 발행 주식 총수 대비 13.73%, 출석 주식수 대비 17.67%를 얻는 데 그쳐 통과되진 못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의결권 주식수의 4분의1 이상, 출석한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안건을 주주 제안한 금융산업노조 케이비국민은행지부의 박홍배 위원장은 “주주 권리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기업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등 국내 상장사 276곳에서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이사제’ 공약이 국민연금의 손을 빌려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 이사회 내에 노동조합 등 직원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이사를 두도록 하는 제도로,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 제도를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한 뒤 민간 기업에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쪽은 문 대통령의 노동이사제 공약과 연결짓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연금은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은 내부에 마련한 의결 지침에 따라 케이비 임시주총 안건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지침에는 경영진 제안이든 주주 제안이든 구분 없이 추천된 사외이사가 법령상 결격 사유나 기업 가치 훼손 이력이 없으면 찬성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부에선 이번 연금의 의사결정을 놓고 정부의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주장도 펴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다만 국민연금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박수지 박기용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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