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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단독] 엉터리 정보 방치...엉성한 가계빚 통계관리

등록 2017-12-05 19:04수정 2017-12-05 22:37

부채 집계기준 2011년 바뀌었는데
‘e-나라지표’ 예전 잣대 통계 실어
2002년 부채 24조 차이 ‘통계 착시’
손놓은 부처, 지적 받고서야 수정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최대 잠재 위험으로 떠올랐지만, 정부의 통계 관리는 엉성하다. 심지어 정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에는 엉터리 가계부채 정보가 수년째 올라오고 있지만 방치되고 있다. 정부는 <한겨레>의 지적을 받고서야 5일 통계를 수정했다. 최근 상당수 언론들은 외환위기 20주년을 맞아 기획 기사를 쏟아냈다. 여기에는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가 1997년 211조원에서 2016년 1344조원으로 20년새 1100조원 이상 불어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나라경제’(11월호)에 같은 내용을 실었다. 이런 대해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도대체 어디서 2002년 이전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운영하는 경제통계정보시스템(ECOS)에선 가계신용 정보를 2002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2002년 이전 가계신용 정보는 정부의 또다른 공식 통계 사이트인 ‘e-나라지표’에서 따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에는 연간 기준으로 1997년부터 2016년까지 가계신용의 규모는 물론, 전년 대비 증가율과 같은 분석 자료까지 친절히 소개돼 있다. 이 사실을 접한 한은 쪽은 “쓰지 말아야 할 통계가 e-나라지표에 등재돼 있는지 몰랐다. e-나라지표를 관리하는 통계청과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쪽이 발끈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은이 가계신용을 집계하기 시작한 건 1997년부터다. 그러다 2011년 8월 통계 편재를 바꾼다. 과거 잣대에선 포함되지 않던 증권사와 대부업체, 연기금이 빌려준 대출도 가계신용에 반영키로 한 것이다. 한은은 새로운 잣대에 따라 재계산한 가계신용 통계를 2002년까지만 소급해 공개하고 있다. e-나라지표에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된 가계신용 통계가 올라가 있는 셈이다. 이는 매우 큰 착시를 가져온다. 한 예로 개편 이전 기준으로 작성된 2002년 가계신용 규모는 439조1천억원이나, 새 기준으로 재집계한 규모는 464조7천억원이다. 무려 25조6천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e-나라지표에선 아무런 설명없이 재집계한 가계신용 규모만 올라가 있다. 그러면서도 2002년 가계신용 전년대비 증가액과 증가율은 각각 97조4천억원, 28.5%로 옛 기준으로 산정한 값을 e-나라지표는 제시하고 있다.

물론 e-나라지표에선 통계 활용시 유의점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11년 8월 통계 개편에 대해 언급만 한 채 어느 시기부터 시계열이 중단되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있다. 통계 이용자 입장에선 1997~2001년 데이터와 2002~2016년 데이터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는 셈이다.

이런 엉터리 통계가 수년째 올라가고 있으나 관계 부처나 기관은 손을 놓고 있었다. 가계신용 통계를 집계·공표하는 한은(경제통계국)은 물론, e-나라지표에 해당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금융위원회(금융시장분석과), e-나라지표 관리 기관으로 정기적으로 통계 품질을 조사해야 하는 통계청 모두 마찬가지였다.

가계부채 통계의 허술한 관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매월 가계부채 속보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는데, 가계부채의 핵심 구성항목인 ‘주택담보대출’을 제대로 집계하지 않은 채 공표하고 있다. 금융위가 공표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전세자금대출과 같은 주택관련 대출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으나,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공표시 금융위와 똑같이 ‘주택담보대출’ 항목으로 관련 금액을 밝히고 있으나 해당 대출에 전세자금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이 주택담보대출 항목에 대략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염두에 두면, 통계를 공표할 때 주택담보대출 항목에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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