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2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10년간 유지
2008년 특검·금감원 1229개 적발
그 해 769개 실명으로 전환
2009~2017년 400개는 차명 유지
2011년 자진신고 계좌 200여개
삼성 쪽 지분정정 공시기록도 없어
2008년 특검·금감원 1229개 적발
그 해 769개 실명으로 전환
2009~2017년 400개는 차명 유지
2011년 자진신고 계좌 200여개
삼성 쪽 지분정정 공시기록도 없어
금융당국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삼성 특검에 의해 적발된 차명계좌 가운데 상당수를 실명전환 없이 장기간 보유해온 사실을 최근에야 파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어떤 의도로 차명계좌를 곧바로 실명전환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이 회장이 또다른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때 보유주식 지분공시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08년 삼성 특검 등이 확인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모두 1229개다. 특검이 1199개를 발견했고(2개는 중복계좌), 특검 발표 직후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추가로 32개가 발견됐다. 추가 32개는 당시 검사 자료엔 담겼으나 따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 차명계좌 실명전환 문제가 제기된 뒤 실시된 점검 과정에서 실명전환이 추진된 시기를 파악했다. 그 결과를 보면 2008년 이전에 실명전환된 것이 37개, 2008년에 이루어진 것은 769개뿐이다. 나머지 93개는 2009년부터 2016년에, 지난해 상반기에만 275개의 차명계좌가 이 회장 명의 계좌로 전환됐다. 또 55개는 현재까지 차명계좌로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55개 중 38개 계좌는 잔액이 없고, 17개 계좌에는 50만원 미만의 소액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시점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2008~2009년에 대부분 실명전환했을 것으로 간주해왔다. 2008년 이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수차례 이뤄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도 이런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실명법이 계좌 개설 단계에서 실명확인 의무를 금융기관이 제대로 했는지만 따지도록 돼 있어, 차명계좌의 적발 이후 운용 상황에 대해선 미처 점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장기간 유지·관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 회장이 또다른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는 과정에서 제때 지분 정정 공시를 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은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11년께 이 회장 쪽이 과세당국에 차명계좌 200여개를 뒤늦게 자진신고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계좌는 모두 주식이 담겨 있는 증권 계좌로, 2008년 삼성특검이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한겨레>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보포털(오프니)을 살펴본 결과, 2010년 이후 이 회장이 대주주로 돼 있는 삼성생명 등 5개 삼성계열사의 지분 변동 내역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소한 차명 주식을 (과세당국에) 자진신고했다면 지분율에도 변동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그 기록이 없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세청에 자진신고한 내역을 금융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지분 변동 공시 의무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2008년 삼성특검이 적발한 차명계좌에는 2007년 말 현재 애초 알려진 4조4천억원이 아닌 2조5천억원의 금융자산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조원가량은 증권 계좌가 아닌 주식 실물 증서 형태로 이 회장이 따로 보관했다는 뜻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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