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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재벌 금융사, 부실한 비금융사 지원 고리 끊는다

등록 2018-01-31 19:11수정 2018-01-31 22:34

7개 금융그룹 ‘통합감독’ 의미

금융계열사에 ‘그룹위험’ 평가 의무
위험 커지면 자본 추가하거나
비금융계열사 지분 매각해야
2013년 동양 사태 반면교사
총수 의사결정 독점 제한
국내 기업 생태계 파장 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를 열어 금융그룹 대표와 민간 전문가들에게 통합감독제도의 도입안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를 열어 금융그룹 대표와 민간 전문가들에게 통합감독제도의 도입안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벌그룹에 한해 ‘통합감독’에 나서려는 가장 큰 목적은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옮아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2013년 동양증권은 4만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아 자금난을 겪던 동양시멘트를 지원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동반 부도 사태를 맞았고, 투자자들은 모두 2조원대의 손실을 떠안았다. 건실한 금융계열사가 부실계열사 지원에 나섰다가 몰락한 것이다. 2016년에는 삼성그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삼성중공업은 1조원대의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이때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주요 주주’라는 이유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댔다. 삼성중공업의 부실이 지속되면 삼성생명의 부담도 더 커지게 된 셈이다.

그룹 내 계열사 간 연결고리는 지분으로 얽힌 출자관계뿐만 아니라 계열사 경영진 인사, 계열사 간 사업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31일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 방안’은 연결고리를 끊어내거나 약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이런 고리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측정하고 평가하며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를 그룹 내 대표 금융계열사에 부여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의 위험은 삼성생명이 판단해서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게 되는 방식이다.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만드는 기준점은 ‘그룹 통합 자본’이다.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이 나더라도 금융계열사가 동반 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규제가 도입되면 금융계열사로선 그룹의 위험이 커질 때 추가로 자본을 더 쌓거나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에 각 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추가로 쌓아야 할 자본의 규모를 제시하기로 했다. 남동우 금융위원회 지배구조팀장은 “대표회사는 그룹 위험 측정 결과와 당국이 앞으로 제시할 규제 비율을 토대로 추가 자본 적립 규모를 정한 뒤, 각 금융계열사에 적립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룹 내 대표 금융계열사는 그룹의 위험을 판단할 때 내부 거래의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거나 몰아주는 형태로 수익구조가 구축돼 있다면 ‘그룹 위험’ 수준이 높다고 판단하고, 자본을 추가로 쌓거나 내부 거래를 줄여야 한다. 한 예로, 현대·기아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현대카드·캐피탈은 그룹 계열 분리가 이루어질 때 예상되는 사업기반 훼손 위험을 고려해 자본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대기업 기업집단(재벌그룹) 내 계열 분리는 금융계열사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기보다는 총수나 주력 계열사의 이해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 이럴 경우 금융계열사는 자칫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될 수 있고, 이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을 들고 있던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통합감독은 그룹 총수가 모든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독점해온 국내 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장과 비용을 가져올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에 통합감독을 위한 법률을 발의하고 내년 하반기께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추가로 쌓아야 할 자본이 매우 큰 금융그룹이 존재한다면 적립 방식과 시기를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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