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4일 대규모 투자손실을 안긴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위험성이 높은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고, 최소투자금액을 현행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공모 규제 회피 등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투자자 보호장치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은행 판매 제한과 최소투자금액 상향 조정 등 그동안 금융위가 시장 위축 등을 우려해 도입을 꺼렸던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비교적 강도 높은 대책으로 평가된다.
금융위는 우선 이번 사태가 투자상품이 공모펀드에 해당하는데도 규제를 회피하고자 사모 형식으로 발행한 데서 비롯했다고 보고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할 경우 원칙적으로 공모로 판단하기로 했다. 또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성이 큰 금융투자상품군을 별도로 설정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파생상품 등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으로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율한다. 이 상품에는 일반투자자에게도 판매 때 녹취 의무와 숙려기간을 부여하고, 고령 투자자 요건을 현재 70살에서 만 65살 이상으로 강화한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고난도 사모펀드의 구조와 위험성을 잘 모르는 고객에게 무차별적으로 상품 판매를 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보고, 이들 상품의 은행·보험사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고난도 공모펀드는 판매를 허용한다. 은행은 공모펀드 중심 판매채널로 전환한다.
또 충분한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책임 아래 투자하도록 일반투자자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최소투자금액을 현행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 실제로 디엘에프 판매 때 고객들이 대출을 활용하거나 전 재산 1억원을 투자하는 등 위험감수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위는 디엘에프 관련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경영진의 책임도 불명확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관리감독 소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때 경영진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규화를 하고, 고난도 상품의 판매 여부는 대표이사 확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또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의 ‘명령·지시·요청’을 받아 운용하는 ‘오이엠(OEM) 펀드’의 경우 판매사에도 제재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이번 디엘에프는 상품 설계 과정에서도 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판매사 중심으로 고위험상품 설계가 이뤄지면 보다 많은 투자자에게 판매를 용이하게 하고 판매 수수료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시행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과 입증책임 전환, 청약철회권, 판매제한 명령권 등의 조항이 들어 있다. 금융위는 법령 개정 전까지는 관련 사항들을 행정지도를 통해 시행하기로 했다.
박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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