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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쳐다보는 기업들…‘빛바랜 투자’ 중국 데자뷔 우려도

등록 2023-06-20 05:00수정 2023-06-20 12:34

‘포스트 차이나’ 인도로 가는 기업들
인구 14억명 소비 시장 잠재력 주목
중국 공장 철수 교훈, 진출 신중론도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중국은 가고 인도의 시대가 열렸다?”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는 ㄱ씨는 최근 인도를 찾을 때마다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7년 전 첫 출장 때와 달리 부쩍 인도 사람들이 “인도의 시대가 왔다”고 내세운다는 것이다. ㄱ씨는 19일 <한겨레>에 “인구가 중국을 추월하기도 했고,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를 주목하는 전세계 기업들의 눈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중국을 대체할 제조 생산 기지로서의 인도가 다시 부각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내놓은 ‘세계투자리포트 2022’를 보면,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1995년 21억5100만달러에서 2021년 447억3510만달러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이 규모가 640억722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외국인 투자 규모가 코로나19 전후와 비교하면 상당히 늘었다”며 “특히 모디 정부가 제품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외국 기업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 글로벌 투자업계의 시선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22일 정상회담이 잡혀 있다. 지난달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에서 모디 총리 정도로 환영받을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목적뿐만 아니라 인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게 이번 초청의 이유라는 것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5월 20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5월 20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대안으로 떠오른 인도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월 ‘신 세계 공장, 인도’ 보고서에서 인도로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1% 증가한 사실을 짚으며 “미-중 패권경쟁, 탈세계화, 공급망 블록화라는 세계화 흐름 속에 ‘포스트 차이나’로서 인도가 대안 국가로 등극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도 투자 급증 배경에 미국 진영이 인도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자동차 업종 등 글로벌 공급망 핵심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전략이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인도는 중국을 뛰어넘는 인구 14억명의 소비 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높이 평가받는다.

국내 기업들도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최근 20년 동안 꾸준히 진출해왔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를 보면, 한국의 인도 직접투자 금액은 2018년 10억7200만달러로 가장 높았고 2019년 4억5300만, 2020년 6억2500만달러였다.

1998년 첸나이에 공장을 지으며 인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10년간 2천억루피(약 3조2400억원)를 투자한다. 이 돈으로 첸나이 1·2공장을 현대화하고 연간 생산대수를 8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공장도 짓는다. 현대차 인도 공장 판매량은 2020년 52만1300대, 2021년 63만6천대, 지난해 70만6천대로 늘었다. 이 중 약 20%는 중동·유럽 등으로 ‘메이드 인 인디아’ 이름으로 수출된다. 2019년 인도에 진출한 기아와 합쳐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23%로 2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인구 대비 차량 보유율이 낮아 향후 성장성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소형차 수출 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인도 노이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완공한 뒤 판매 부진에 빠진 중국의 톈진 공장 등을 철수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플래그십 모델도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조 기지로서의 인도에 눈을 돌린 지 꽤 오래된 셈이다. 엘지(LG)전자도 조주완 사장이 지난 6일 인도 사업장인 뉴델리 판매법인과 노이다 가전 생산라인을 직접 찾았다. 이 회사는 인도 노이다 및 푸네 공장에 프리미엄 가전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2009년 설립한 현지법인 포스코마하라슈트라를 통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 중이다. 일관제철소 건설까지 노렸다가 실패했지만 포스코는 인도에 연산 180만톤 규모의 냉연·도금공장과 가공센터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은 2018년 인도 법인을 세운 뒤 계좌 수(소매금융)만 지난해 말 기준 550만개까지 늘었다.

<한겨레>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 실패를 교훈 삼아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생산 기지를 만든 뒤 지속하지 못하고 밀려난 ‘뼈아픈 중국 시장 사례’를 인도에서 반복하지 않는 데 쏠려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인도만큼은 중국 시장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회사 안에 많다”고 전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476만대)는 지난해 일본(420만대)을 넘어 세계 3대 시장에 올라선 상태다.

삼성 역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4월 인도에 첫 ‘애플스토어’ 매장을 개장했고,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도 최근 인도에 대규모 공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에선 인도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주장도 편다. 노동시장과 도로와 전기 등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2016~2021년 인도 뭄바이·델리에서 철강·화학 관련 무역업을 한 ㄴ씨는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지원 목적이 강하고 정치·행정의 입김이 세다”고 말했다. 잠재력만 보고 뛰어들기엔 고려해야 할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은 “중국이나 동남아와 비교하면 인도는 굉장히 제도, 문화적인 사고방식 등이 달라서 우리 기업이 넘어서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인도의 제조업 기반이 양호하지 않고 교육 수준의 편차가 커 (노동자로) 적당한 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우리 고한솔 옥기원 조해영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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