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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총선 2040세대를 움직이게 하는 정책은?

등록 2016-03-17 16:07수정 2016-03-17 16:07

[HERI 쟁점진단] 2040세대 변화 추적 ②
2040세대(1967~1996년생)를 한 집단으로 묶는 열쇳말은 ‘불안’이다. 경제위기와 양극화 심화는, 사회진출 출발선에 선 청년들은 물론 40대 중산층의 삶도 흔들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세습자본주의의 징후가 완연할수록 그 누구도 불안을 피해가기 어렵다.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자산에 의해 삶의 기회가 결정되는 사회에서 불안은 생애 전체에 걸쳐 육아, 교육, 주거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 이로 인해 불안을 공유한 세대, 2040세대는 최장 29세라는 연령 차이를 넘어 하나의 집단으로 묶일 수 있다.

2040세대를 위협하는 불안 1순위 ‘노후 불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는 4·13 총선을 앞두고 이번 총선의 화두인 ‘불안’의 내용과 양상을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지난 2월 26~27일, 2040세대 1500명(20대, 30대, 40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불안 1순위는 ‘노후 불안’(22.8%)이었다. 고용 및 일자리 불안(22.1%), 취업 등 진로 문제(17.5%), 집값 및 전세값 상승 등 주거불안(16.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노후불안’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4년 전 19대 총선을 앞두고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19.6%)에 견줘도 상승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다.

가난한 노인이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다.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노인들이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정용일 기자
가난한 노인이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다.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노인들이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정용일 기자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노후 불안은 생애주기에 따라 불가피한 일이지만 경제활동 중심 연령층인 2040세대도 노후불안을 심각하게 느낀다는, 다소 놀라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들이 마주하는 고용 불안이라는 현실이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낮은 복지수준이 낳는 미래의 위협이 지금의 고용불안을 매개로 현재로 앞당겨 끌려들어와 더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대별로 불안의 양상을 살펴보면, 20대가 느끼는 불안은 취업 등 진로 문제(43.4%), 고용 및 일자리 불안(23.7%)으로 일자리와 관련한 불안이 압도적이었다. 30대는 고용 및 일자리 불안(24.6%), 집값·전세값 상승 등 주거불안(22.6%), 노후에 대한 불안(21.2%) 등 고루 나타났다. 다른 세대에 견줘 30대는 소득에 대비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상승하는 집값과 전세값으로 인한 주거불안이 삶을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위협한다. 40대는 노후에 대한 불안이 압도적(35.9%)이었고, 고용 및 일자리 불안 (18.8%), 자녀 교육 문제(16.8%) 순이었다. 40대에게 노후 불안은 고용불안, 자녀교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막상 은퇴후 자신의 노후준비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데서 오는 ‘총체적 불안’이다.

‘자산 양극화’ 가장 심해, 세습자본주의 공고화 징후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한 불안의 원인은 양극화로 인한 격차 심화다. 2040세대 조사에서 어느 분야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지를 질문한 결과, 1순위는 부동산 등 자산의 양극화(27.8%)로 나타나 4년전(29%)과 비슷했다. 2순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24.2%), 3순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양극화(24.1%)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대도 부동산 등 자산의 양극화(28.5%)를 가장 심각한 분야라고 응답한 점이다. 자기 노력보다는 부모의 자산이 삶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습자본주의의 비감한 현실을 20대들이 인식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총선투표 선택기준, 일자리정책 39%

오는 4월 총선에서 2040세대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까? 10명 중 4명인 39%는 일자리정책을 1순위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연금 및 노후정책(15%), 부동산정책(10.9%), 교육정책(8.6%) 순이었고, 지역개발정책(8.5%)은 5순위에 그쳤다.

20대는 일자리정책(54.6%)이 압도적이었고, 30대는 일자리정책(31.8%), 부동산정책(14.4%), 연금 및 노후정책(13.2%), 보육정책(12%) 순이었다. 30대가 요구하는 부동산안정정책과 육아정책은 이들의 삶의 질과 관련이 깊다. 40대는 일자리정책(33.5%), 연금 및 노후정책(21.9%), 교육정책(12.3%), 지역개발정책(9.6%) 순이었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어느 분야에 재정을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2040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이 최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분야를 질문한 결과, 1순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양극화 해소(28.9%), 2순위는 빈곤문제 해소를 위한 기본소득 보장(27.1%), 3순위는 출산 및 보육 분야 지원(15.4%)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단축 일자리 창출’ 공감 56.1%, ‘복지 증세’ 지지 48.9%

총선은 각 정치세력이 우리사회가 가야할 방향, 정책 가치, 우선순위 등을 놓고 경합하는 장이다. 2040세대 유권자들이 지향하는 정책방향 및 가치는 무엇일까? 우선 대기업정책에서는 규제 강화(79.3%) 의견이 규제 완화(20.7%) 의견보다 월등히 높았다. 박근혜 정부가 ‘암덩어리’로 비유하면서까지 규제 혁파를 경제활력 제고의 필수조건으로 강조했지만, 대기업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적어도 2040세대에게는 설득력이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의 시대적 과제인만큼 기업의 자율성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새로 창출할 수 없다면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의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를 살펴본 결과 공감이 56.1%로 4년 전의 54.2%에 견줘 약간 높아졌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각각 52.3%에서 56.5%, 50%에서 55.4%로 상승해 40대 보다 상승폭이 컸다.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절박한 연령층에서 일자리 나누기 요구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불안이 깊어질수록 복지에 대한 요구도 커진다. 복지 확충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문제로 이어진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공감과 비공감이 각각 48.9%, 51.1% 로 나타났다. 4년 전과 비슷한 결과다. 20대와 진보성향층에서 증세에 대해 더 많이 공감했다. 증세 문제는 복지 국가에 대한 지지와 감당할 경제적 여력 못지않게 조세형평성·세금 징수 및 운용 주체로서 정부에 대한 신뢰 등 여러 요인이 얽혀있다. 조세정치가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소득과 자산에 따른 세금 부담이 공정한 편이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불과 10.7%에 그쳤다. 이러한 까닭에 보편증세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지만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지지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증세에 대한 지지 의견은 88.6%였다.

안보불안보다 경제불안 더 위협적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발사 이후 남북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도 살펴보았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궤멸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39.8%), ‘대화와 협력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60.2%)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압정책에 대해 2040세대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확인된다. 기존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5060세대의 대북강경정책 지지 여론과 갈라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2040세대 내에서도 이념성향에 따라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은 구분되었다. 보수성향층은 북한 궤멸 방향(52.8%)을 더 지지하고, 진보성향층은 변화유도 방향(67.2%)을 더 지지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압정책으로 안보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더 심각한 불안은 경제불안과 외교불안이라는 점도 확인되었다. 안보불안을 호소하는 의견은 73.9%였지만 경제불안은 94.7%, 외교불안은 76%였다. 경제불안감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감지되었다. 한국갤럽의 올초 신년조사에 의하면 올해 한국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는 응답이 52.2%였다. 더 나아가 올해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비슷한 위기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민들의 58.6%가 공감했다는 결과도 발표됐다(미디어리서치 신년조사). 안보불안을 압도하는 경제불안감은 여당이 의도하는 보수결집 효과보다 ‘정부 여당 무능론’ 및 ‘책임론’을 야기시켜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청년수당 ‘관심있다’ 57.1%, 관심층 중 청년수당 기대감 70.1%

노동 이슈에 대한 2040세대의 의견도 살펴보았다. 정부가 일자리 해법으로 제시한 임금피크제에 대해 ‘일자리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26.3%에 그치고 부정적 의견이 73.7%로 압도적이었다. 임금피크제의 양쪽 당사자로서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20대와 40대에서도 기대감이 각각 22.1%, 30.9%로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6030원에 대해서는 낮다는 의견이 79.9%로 압도적이었다. 향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정책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이 청년의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38.9%), ‘공공서비스 확대 등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정책’(23.4%), ‘고용보험 확대 등 실직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정책’(19.7%), ‘직업훈련제도 확대 등 취업지원 프로그램 마련 정책’(14.9%) 순이었다.

최근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중인 청년수당에 대해서는 ‘관심있다’는 의견이 57.1%로 나타났다. 청년수당이 청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50.7%,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응답이 49.3%로 팽팽했다. 하지만 청년수당 관심층만 놓고 보면, 기대(70.1%)가 비판(29.9%) 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대로 ‘비관심층’에서는 기대가 23%에 그쳤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hgy4215@hani.co.kr

[관련기사]
▶2040세대 변화 추적 ① 불안의 증폭, 그 정치적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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