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운영체제(OS) ‘갑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정에 대해 국내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구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번 제재로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혁신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글은 중요한 협력사이고 파트너 관계여서 코멘트(공식 논평)하는 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과는 공동으로 협력 생태계를 확장해나가는 처지이고 또 지금까지 딱히 피해를 입었다 말할 계제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선 공정위 결정이 ‘국내 업체들에 나쁠 건 없지만,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구글의 위세를 고려할 때 조심스럽게 반응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 쪽은 “구글과는 특별한 분쟁을 벌인 적이 없고 긴밀하게 협업하는 사이이며, 뭘 하고 싶은데 못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갤럭시 워치4’의 운영체제를 구글과 협력해 개발했으며, 앞으로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게 삼성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엘지(LG)전자 쪽은 “스마트폰 사업을 이미 접은 상태여서 운영체제 분야에서 구글과 얽힐 일이 대폭 줄었다”며 “(공정위 결정에 대해) 딱히 뭐라고 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지전자와 구글의 관계가 100% 무관해진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사업 중단에 따라 삼성전자에 견줘선 관련성이 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봇·인공지능(AI) 같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지점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관계자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하지 않던가’”라는 모호한 말을 덧붙였다. 공정위 결정이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