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뒤로, 온라인 공간이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둘러싼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경구피임약이나 임신중지 클리닉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온라인 공간에 난무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이 책임지고 여성들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위치 정보 기반 맛집 평가 플랫폼 ‘옐프’(Yelp)는 23일(현지시각) 이용자들이 일명 ‘위기 임신 센터’를 합법적인 의료 기관들과 구별할 수 있도록, 알림 기능을 도입했다.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가 주로 운영하는 위기 임신 센터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도 임신 중지를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임신 상태에 대해서도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옐프는 이날부터 임신 중지 클리닉을 검색한 이용자에게 이들 위기 임신 센터 관련 정보가 노출되면 “해당 기관은 제한된 의료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현장에 적합한 의료 면허를 가진 전문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알림을 보내기 시작했다.
누리 말릭 옐프 이용자 운영 부문 부사장은 이날 옐프
공식 블로그를 통해 , “옐프는 공동체의 신뢰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며, “이용자들이 믿을만한 임신 관련 의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또한 옐프의 핵심 목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 중지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시술을 제공하는 곳들에 대한 정보를 더 잘 연결해주고, 그들의 검색 결과에 위기 임신 센터가 덜 노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옐프는 앞서 지난 2018년 예레미 스토플먼 최고경영책임자(CEO) 취임 때부터 합법적으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의료 기관과 위기 임신 센터들을 별도의 목록으로 관리해 왔다. 옐프는 올해 1월부터 8월초까지 약 7개월 동안에만 3만3500곳에 달하는 미국 내 가맹점 정보를 재검토해, 이 중 470곳을 위기 임신 센터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위치 정보 기반 맛집 평가 플랫폼 옐프(Yelp)가 가짜 임신 중지 클리닉에 대한 경고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도입했다. 옐프 제공
구글, 메타 등 플랫폼 기업들이 경구피임약이나 임신중지 시술과 관련한 부정확한 정보가 퍼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폴리티코>는 지난 20일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경구피임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약물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의 허위 정보 취급 정책에 회색지대가 있다”고 비판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노동조합 소속 직원 650여명은 지난 19일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책임자에게 “이용자의 검색 결과에 위기 임신 센터를 노출하지 말고,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구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한편, 메타는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단체의 게시글을 일방적으로 내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미시간주의 비영리 언론 매체 <미시간 어드밴스>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17일 ‘미시간 계획 출산 연맹’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경구피임약 관련 게시글이 “커뮤니티 방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삭제했다. 비판이 일자 메타는 “실수에 의한 조치였다”며 해당 게시글을 복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