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그룹 ‘블랙핑크’ 컴백 소식에 와이지(YG) 주가가 들썩였다. 신규 앨범은 발매 첫날 100만장이 판매되며 밀리언셀러가 됐다. 블랙핑크 컴백 무대는 유튜브 채널로 세계 팬들에게 선보였는데, 8월16일 발매일 하루 동안 조회수가 9040만건에 이르렀고 한 달 만에 3억뷰를 달성했다. 놀라운 숫자다.
세계적인 케이팝 열풍의 동력은 인터넷과 팬덤이다. 인터넷에서 전세계 팬들은 케이팝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공유한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팬들은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을 넘어서 창조적 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 팬덤과 엔에프티(NFT)와 인터넷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이른바 ‘엔터 빅4’인 하이브, 제이와이피(JYP), 에스엠(SM), 와이지를 중심으로 활발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1월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뮤직 네이션 에스엠타운 메타 패스포트’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출시했다. 에스엠 팬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에스엠 타운의 시민권을 부여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 팬들의 활동이 투명하게 기록·저장돼 활동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엠넷(Mnet)의 케이팝 메이커에선 팬이 팬미팅을 직접 기획한다. 엠넷 제공
하이브는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개발·운영해왔다. 전 세계 238개 국가·지역에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위버스의 월이용자수는 680만명에 이른다. 아이돌은 매년 팬들을 위해 새해맞이 달력·다이어리·영상 모음 등이 포함된 선물세트를 준비한다. 2022년 비티에스(BTS) 시즌 그리팅에서는 실물 시디(CD)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위버스에서 고화질 주문형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디지털 접속 코드가 그려진 카드를 제공했다. 위버스 온라인 플랫폼에선 아티스트와의 소통뿐 아니라 팬미팅·온라인 공연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제이와이피도 에스엠과 손잡고 자회사 디어유를 만들었다. 디어유가 만든 앱 ‘버블’은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소통한다. 월 4500원을 결제하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직접 보낸 메시지·사진·영상·음성 등을 즐길 수 있다. 방송에서도 변화가 있다. 음악방송 채널 엠넷에서는 온라인에서 팬의 활동에 따라 아티스트가 무대에 서기도 하고 팬미팅 이벤트가 만들어지고 한다.
아티스트 수익을 팬들과 공유하는 시도도 있다. 유나(Yuna)는 서울스타즈에서 만든 가상 케이팝 아이돌이다. 유나는 엔에프티 1만개를 발행했다. 엔에프티 보유자는 데뷔 앨범 수익의 10%와 광고 스트리밍 수익 5% 등 유나의 주요 수익을 배당받는다. 콘서트 무료 입장, 선구매 권한, 유나 앨범 수록곡 작사 참여 기회 등 다양한 혜택도 갖는다. 서울스타즈는 유나 지적재산권과 팬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엔에프티 장터 같은 디지털 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토큰 이코노미가 유리하게 작동하려면 일단 팬덤이 만들어져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이미 케이팝 팬덤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다. 다가올 엔터테인먼트 세상은 관람이 아닌 참여로 만들어진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