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신임 공동대표가 2월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23’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신임 공동대표가 지난 5년간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이 넷플릭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라며, 그 덕에 망 사업자들이 비싼 요금제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망 사용료 분담 요구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통신사 쪽을 향해 다시금 ‘빅 펀치’를 날린 셈이다.
피터스 대표는 28일(현지시각)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23’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 발표를 하며 “넷플릭스가 지난 5년간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600억달러(79조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했다. 그 덕에 다양성을 갖춘 더 좋은 콘텐츠가 늘어나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원하게 됐다. 넷플릭스가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엠더블유시를 찾은 한국 정부·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피터스 대표 발언을 두고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 중인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를 저격한 수준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전날 엠더블유시 개막 기조연설에서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전문위원이 망 사용료 논쟁이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 간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는 걸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걸 두고, 국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예상보다 미온적”이라는 실망스런 반응도 나왔다. 이어 28일 오전, 피터스 공동대표에 앞서 장관급 행사에 참석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이 “통신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공생 관계”라며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전제를 확인하는 것부터 출발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살펴본다면 성공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놓았다. 이에 관람객들 사이에선 “통신사와 콘텐츠 플랫폼 사이 ‘대격돌’이 벌어지진 않겠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오후 기조연설에서 피터스 대표가 예상과 다르게 통신사들, 특히 현재 한국에서 소송 중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를 직접 저격하는 수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피터스 대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가 통신사에게도 이로운 일’이라는 취지 발언을 넘어 비싼 유·무선 통신요금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는 “통신사들의 ‘이중 과금’ 움직임이 자칫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키고 창작 커뮤니티 발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와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 사이에 이분법적 선택 상황으로 봐선 안된다”는 티에리 브르통 전문위원의 전날 발언을 다시 한번 인용하며, “양자택일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통신사가 각자 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좋은 접근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신임 공동대표가 2월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23’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언급했다. 피터스 대표는 “<오징어게임>은 스트리밍 시작 첫 한달간 16억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성공적인 티브이 쇼로 자리매김했다”며 “인터넷의 인기가 높아진 배경엔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즐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넷플릭스 회원 60% 이상이 적어도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국내 업계 관계자는 “기조연설이 먼저 잡힌 상태에서 피터스 공동대표가 새로 취임해 발표를 맡다 보니, 세게 말하기로 작정하고 온 듯 하다. (발언 수위는 높아도) 주장하는 내용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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