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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궁금톡] 미국은 왜 구글에 ‘반독점 소송’ 걸었나…국내 미칠 영향은?

등록 2023-09-15 04:00수정 2023-09-15 07:47

12일 재판 시작된 소송 배경·전망·영향
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담당 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왼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반독점법 소송 재판이 뒤 재판장을 나서고 있다. 보드게임 ‘모노폴리’ 마스코트 분장을 한 남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담당 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왼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반독점법 소송 재판이 뒤 재판장을 나서고 있다. 보드게임 ‘모노폴리’ 마스코트 분장을 한 남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대표적인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 구글을 상대로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법(경쟁법) 소송’ 재판이 지난 12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연방법원에서 본격 시작됐습니다. 1998년 ‘윈도’의 운영체제(OS)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까지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한 소송 이후, 미 정부가 빅테크를 상대로 25년만에 낸 가장 큰 규모의 반독점법 소송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번 소송의 배경과 전망, 우리나라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 봤습니다.

―미국 정부가 빅테크 대표 주자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낸 이유는?

〓이번 소송의 핵심은 구글이 미국 검색엔진 시장에서 90%에 달하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 서비스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밀어냈는지 여부입니다. 미국 정부는 구글이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처음 사면 기본으로 사용하게 되는 ‘디폴트’(기본) 검색엔진에 자사 검색엔진을 ‘선탑재’하기 위해 애플·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에이티엔티(AT&T) 등 통신사들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불법적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 정부 주장의 근거는?

〓미 정부는 구글에서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들과의 계약 업무를 담당했던 전 직원의 증언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전 직원 크리스 바튼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 근무 시절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 임원들을 만나 구글 검색엔진 배포 관련 계약을 맺는 업무를 맡았다고 지난 13일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크리스 바튼은 “이용자들이 구글 앱을 발견해 규칙적으로 사용하게 할 기회를 극대화하는 게 (선탑재 계약의) 목표였다”며 “구글이 계약 상대방 기업에 비용을 지불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그들이 구글 검색엔진을 유일한 디폴트 검색엔진으로 두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였다”고 말했습니다.

―디폴트 검색엔진이 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이용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 법무부 쪽 증인으로 법정에 선 행동경제학자 안토니오 랭겔은 “디폴트 설정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을 준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개인용컴퓨터(PC) 같은 기기에 디폴트 검색엔진을 두는 건, 대규모 이용자가 특정 검색엔진을 선택하는 쪽으로 편향되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란 설명입니다.

―구글 쪽 입장은?

〓구글은 자사 앱을 선탑재하는 대가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에 돈을 준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비용이라는 겁니다.

또 “불공정 행위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이 좋아서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이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담당 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은 최근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용자들이 원한다면 언제나 손쉽게 안드로이드 기본 검색엔진을 다른 서비스로 바꿀 수 있고, 맥 운영체제에서도 단 두번의 클릭이면 기본 브라우저를 사파리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엔진을 선택하는 건 서비스가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엠에스의 검색엔진 ‘빙’(Bing)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검색어가 ‘구글’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구글 검색엔진을 다른 검색엔진보다 선호한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구글 쪽은 “온라인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는 이용자들에게 검색엔진 말고 다른 선택지가 많아져, 제아무리 독점적 서비스이더라도 구글 검색엔진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켄트 워커는 “쇼핑은 아마존, 웃긴 콘텐츠는 틱톡, 여행은 익스피디아 등 이용자들이 정보를 접하는 다른 다양한 통로가 널려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 결과 전망은?

〓미국 정부는 1998년에도 빅테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적 있습니다. 이번 소송 무대가 스마트폰이고, 1998년 소송 무대는 피시였다는 점만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 피시 운영체제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던 엠에스가 ‘윈도’ 운영체제의 기본 브라우저로 ‘윈도 익스플로러’를 선탑재하는 방식으로 ‘넷스케이프’ 등 경쟁 서비스를 밀어내고 브라우저 시장까지 장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미 연방법원은 엠에스의 이런 행위가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보고, 기업 분할을 명령했습니다. 5년 뒤 항소심에서 기업 분할 결정이 취소됐지만, 이 기간 동안 엠에스가 시장에서 이전과 같이 활동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업 분할을 피하려 정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빌 게이츠 엠에스 창업자가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은 앞으로 10주 동안 재판을 통해 정부와 구글의 입장을 청취할 계획입니다. 아에프페(AFP)는 “이번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진 쪽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소송 또한 엠에스 때처럼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 결과가 국내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걸로 내다봅니다. 미국 법원이 구글에 기업분할을 명령한다면, 국내에서도 국외 빅테크들의 독점력 남용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유럽연합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힘을 받을 거란 이야깁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한쪽에선 ‘국내에선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약해, 섣부른 규제 입법이 자칫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 카카오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곤 했습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변호사)은 14일 한겨레에 “2017년만 해도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각각 75%, 11%였지만, 2021년 말에는 구글 점유율이 35%까지 높아졌다. 또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 검색 시장에서는 유튜브의 시장 장악력이 압도적이다”라며 “국외 빅테크 규제 필요성이 국내에서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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