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알파고 데이터로 학습
낯선 형국에서 실수 저지른 듯”
인위적 수준조정 할수 있지만
세계적 관심 쏠려 가능성 낮아
낯선 형국에서 실수 저지른 듯”
인위적 수준조정 할수 있지만
세계적 관심 쏠려 가능성 낮아
알파고는 13일 이세돌 9단과의 4번째 대국에서 1~3번 대국과는 달리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했다. 대국을 중계하는 해설진도 “인간이었다면 큰 실수라고 바로 지적했을 것”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여러 차례 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일방적인 승리에 부담을 느낀 구글이 알파고의 수준을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드러낸 허점의 원인을 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찾는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보통의 프로그램과 다르다. 기존 컴퓨터 프로그램은 창조자인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의 모든 동작을 미리 결정해둔다. 프로그램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빠르게 계산을 할 뿐이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아이비엠(IBM)의 ‘딥블루’가 그랬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신경망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 신경망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수를 직접 찾아가는 ‘머신 러닝’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따라서 프로그래머조차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간다.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과 대결하자면 이런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컴퓨터라도 모든 수를 일일이 계산해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연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이런 구조 때문에 프로그램의 수준을 단시간에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국 뒤 기자회견에서 “수천, 수백 판의 게임으로는 알파고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알파고의 수준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있다. 알파고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인위적인 조정이 가능은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구글이 몰래 알파고의 수준을 조정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사비스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4차례의 대국 모두 같은 시스템이 쓰였다고 밝혔다. 또 알파고 역시 이날 결정적 실수인 79수를 두기 전까지는 이전보다 특별히 낮은 기량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인공지능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결정적인 약점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로부터 ‘최적의 수’를 배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닥치면 전혀 엉뚱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전자공학과)는 “예상하지도 못한 오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인공지능의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로 사진 속의 탱크를 구분하는 인공지능을 들었다. 이 인공지능은 오전에 연습장으로 이동하는 탱크의 수많은 사진을 보고 학습을 했는데, 나중에 탱크가 없는 사진을 보고도 ‘탱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이 이유를 분석했더니 오전에 찍힌 사진으로만 학습한 탓에 햇빛 위치가 비슷한 사진이면 모두 탱크 사진이라고 판단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결국 수천만개의 데이터로 학습하고 자신을 살짝 바꾼 복제품과 수백만번의 대국으로 실력을 쌓은 알파고이지만, 이세돌 9단이 만들어낸 낯선 형국에선 결정적 한계를 드러냈다.
권오성 김창금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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