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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인공지능보다 국가와 자본이 더 무섭다

등록 2016-03-29 20:48

쉼과 깸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는 지적 인공체인 안드로이드로 연결된다. 안드로이드는 그리스어로 ‘인간을 닮은 것’이란 의미로 안드로(andro, 인간)와 에이도스(eidos, 형상)의 합성어다. 안드로이드는 여러 영화에서 형상화되었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인류와 극단적 대결을 펼치고,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이센테니얼맨’은 불멸의 로봇이 인간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간의 피조물이 창조자인 인간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안드로이드는 창조신화를 갖고 있는 계시종교에서 신과 피조물의 관계나 마찬가지다. 기독교 경전의 창세기에는 ‘신이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다’고 되어 있는데, 훗날 안드로이드도 ‘인간이 자신의 형상대로 우리(안드로이드)를 창조했다’고 기록할지도 모른다.

계시종교에는 ‘신이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피조물이 창조자를 뛰어넘으려고 하면 그에 준하는 징벌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바벨탑 신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인류는 중세의 신 중심 사회에서 벗어났다. 세속화와 탈신화화를 통해 과학기술혁명을 이룩하고 세상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의 피조물인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물론 인간을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임을 주장할지도 모른다. 안드로이드가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능력과 수리능력, 게다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이성과 감성까지 갖추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때가 되면 필연적으로 인식의 재구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근대 이후 인간이 구축한 세계가 붕괴된다는 의미다.

디스토피아적 관점에서 보면 벌써 그 단계에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가 전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부에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극단적 능력주의를 강조하면서 사회나 기업의 기대치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걸러내고 있다. 인간을 로봇처럼 대체 가능한 존재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자본이 터미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날마다 세월호에 타고 있는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대다수 서민에게 인공지능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현실세계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비판적인 댓글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흡사 기계라는 존재 앞에서 인간이 대동단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백찬홍(씨알재단 운영위원)
백찬홍(씨알재단 운영위원)
그러나 이런 대동단결도 기계를 적으로 상정한 그 순간뿐이다. 돌아서면 인류의 미래를 위한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기계를 개발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기계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한 존재로 남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남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날을 우려할 게 아니라 기계가 학습해야 할 인간적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필요하다.

백찬홍(씨알재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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