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은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최고”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수백건의 발화와 폭발로 최악의 곤경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제품이 안전 문제를 일으킨 것이지만, 특정 모델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정보기술 사용환경에 던지는 의미가 심대하다. 제품의 마케팅이나 홍보, 소비자 소통 방식을 넘어 우리가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만나는 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통제 불능’의 상황이다.
첫째, 설계자도 기술의 구조와 영향을 모른다는 점이다.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놓은 대책은 부작용만 보탤 따름이다. 삼성전자가 제품 결함 인정 이후 처음 내놓은 대책은 전면적인 교환이었다. 배터리 충전량을 제한해 사용하면 안전하다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임시 대응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점을 고쳤다며 제공한 교환제품에서도 발화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결국 사용 중단 권유와 환불, 단종을 발표했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내놓은 일련의 대책은 허망했다.
미국 <폭스뉴스>에 보도된 갤럭시 노트7 충전 중 발화가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차량 전소 사건.
둘째, 의존도 깊은 개인화 도구의 특성상 외부의 권고와 강제가 철저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구매자 전원에 대해서 리콜과 환불, 사용중단을 알렸지만 수많은 기기가 미수거 상태다.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해진 삶에서 제품 교환과 환불은 번거로운 절차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알면서 계속 쓰고 있다. 국내외 곳곳에서 계속해서 발화 보고가 잇따르는 배경이다. 제품을 기내 폭발물로 간주하는 항공사들은 검색 강화로 기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밖의 개인적, 다중 이용 시설에서 사용을 원천봉쇄하기란 어렵다.
갤럭시 노트7은 설계자도, 규제당국도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이 생활 깊숙이 들어오는 기술의존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채팅로봇 ‘테이’를 출시했다가 사용자들로부터 인종차별적 사고를 학습해 막말 기계로 변신하자, 문제점을 고치는 대신 서둘러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마찬가지다. 설계자도 통제법을 알지 못하면서 제품을 출시해 사용하도록 하는 환경에서 그로 인한 문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통제불능 기술이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에서는 모든 제품에 원격 작동하는 ‘킬 스위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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