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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가짜 뉴스 배경엔 똑똑해진 기계, 멍청해진 사람

등록 2016-12-12 23:46수정 2016-12-13 10:17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새로운 현상은 전례없이 ‘가짜 뉴스’가 많았고, 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점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가짜 뉴스의 영향과 책임을 놓고 논란이 진행중이다.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허위 정보가 언론 기사인 것처럼 유통되는 것을 일컫는다. 주로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정보를 조작해 기사 형태로 만든 뒤 페이스북 등에서 공유하고 추천하는 구조다. 눈길 끄는 선정적 제목을 달아 기사처럼 유통하면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을 노린 상업적인 가짜 뉴스 생산도 늘었다. 페이스북, 구글 등 가짜 뉴스 유통의 플랫폼이 된 기업들은 처음엔 책임이 없고 가짜 뉴스 영향력을 무시하다가 뒤늦게 가짜 뉴스 추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 등에서 100만회 가까이 공유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짜 뉴스의 대표적 피해자로 만들었다.

가짜 뉴스는 디지털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는 더러 있었지만, ‘가짜 뉴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외국 언론사들의 만우절 유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국내 언론사들이 나중에 ‘만우절 가짜 뉴스’에 속았다고 해프닝을 벌인 적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가짜 뉴스는 없었다. 항상 유언비어와 헛소문이 있었지만, 언론사의 검증과 취재를 통해 ‘뉴스’의 형태로 보도되는 기사가 ‘가짜’인 경우는 없었다.

최근 가짜 뉴스의 기승은 뉴스 유통 구조의 변화와 이용자들의 정보 이용 태도에 따른 현상이다. 사회관계망에서는 언론사 등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정보만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것을 퍼뜨릴 수 있다. 사용자들은 방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지만 실제로 시간과 주의력을 할당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사회관계망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정보는 강력한 개인화와 추천 기능에 영향을 받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가 되려면 헛소리 감별기를 내장하고 있어야 한다며, 비판적 사고력을 강조했다. 방대한 정보에 이르는 장벽이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를 찾아오는 게 스마트폰 환경이다. 정보 처리 알고리즘은 엄청나게 똑똑해지고 강력해졌지만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보를 쉽게 수용한다.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그 사용자는 더욱 비판적이 되어야 한다는 걸 가짜 뉴스가 알려준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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