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으로 90살 가까이 일하다 은퇴하게 될 아이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미래 직업과 관련해 역설적 상황을 만나게 된다. “역사상 가장 오랜 세월 일을 해야 하지만 일자리의 미래가 가장 불안한 세대”라는 점이다. 평균수명 연장, 인구구조 변화, 기술 발전이 맞물린 결과다.
유소년, 청장년, 노년 인구가 피라미드 형태를 이뤘던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 형태로 바뀌고 있다. 1년 동안 태어나는 인구가 1970년 전후엔 100만명을 넘었지만 2017년엔 35만7700명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1.05 기록은 앞으로 출산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려준다. 총인구 중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후기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현재의 30~40대는 100살 인생을 살 것이고, 초중고생 자녀들은 상당수가 110~120살 가까이 사는 세대가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 은퇴연령은 늦어진다. 60살 은퇴연령은 인구구조가 피라미드 형태일 때 평균수명 80살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정이다. 노동인구가 더 많은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초고령사회에서는 은퇴연령도 자연히 늦어지게 된다.
초중학생들은 90살 가까이 일하다 은퇴하게 될 텐데 60년 넘는 직업생활을 하자면 몇 개의 직업이 필요할까? 고등교육을 마친 20대 중반부터 90살까지 약 65년 가까이 직업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평생 10개 안팎의 직업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첫 직업은 10년을 유지할 수 있어도 두번째 이후 직업은 그보다 짧은 기간만 영위할 수 있다. 세번째, 네번째 직업이 더 짧아지는 것도 예고돼 있다. 그 결과 지금 학생들은 평균수명 연장으로 가장 오래 일해야 하지만 직업의 미래는 가장 불안해진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정답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피해야 할 위험한 선택 하나는 분명하다. 안정적인 직업과 직장을 선택해 평생을 올인하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위험하고 잘못된 직업관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사회 변화에 따라 누구나 여러 번 직업을 바꿀 수밖에 없고, 수시로 새로운 직업과 직무를 찾아 나서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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