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가 점점 더 개인에게 창의적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창의적인 일만 사람의 일로 남기 때문이다. 이미 창의적이지 않고 반복적인 업무들은 속속 자동화와 로봇에 대체되고 있다. 미국 듀크대 니르 자이모비치 교수팀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미국 노동시장에서 정형화된 직무는 계속 줄어들고, 비정형적인 일자리만 늘어났다. 정형화된 직무는 매뉴얼과 규칙에 기반해 처리하는 업무이고, 비정형적 업무는 매번 상황이 달라 담당자가 항상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다.
둘째, 사회가 전체적으로 더 복잡해지면서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는 초연결 사회인데, 연결점이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복잡도가 증가하게 되면 기존의 문제 처리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 새로운 해결 방법을 만들어내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셋째, 스마트폰과 인터넷 때문에 창의성이 희소해지고 있다. 똑똑한 도구와 연결된 삶은 결과적으로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을 퍼뜨리고 있다. 니컬러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에 많이 의존하게 되면서 성찰과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사고 기능이 얄팍해지고 있다는 다양한 사례와 논리를 제시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10년 10월 ‘창의성의 위기’라는 특집 기사를 실어 디지털 환경에서 창의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경희 윌리엄메리대학 교수가 미국 성인과 아동 3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환경 개선과 더불어 지능지수(IQ)는 계속 높아져 왔지만 1990년 이후 아이들의 창의성은 오히려 하락해 왔다는 역설적 현상을 발표했다. 창의성 하락 추세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창의성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에서 두드러졌는데 특히 아이들이 부모의 계획대로 살고 시험 점수와 성적에 집착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몰입적으로 사용할수록 창의성이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시대에 창의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에서 창의적 능력이 희소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학습 목표가 분명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몰입도가 더 높은 환경인 까닭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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