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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800만원씩”…SKT는 왜 ‘임금협상 타결 격려금’ 액수를 공개했나

등록 2021-03-11 08:59수정 2021-03-11 09:30

꽁꽁 숨겨오던 액수 전격 공개
“해마다 주고 있다” 적극 설명
“‘넥슨 발’ 연봉인상 파장” 분석 많아
“IT 개발자 확보 어려움 예상한 듯”
통신사·은행·공기업, 취업 우선 순위?
“옛날 얘기…지금은 게임·IT에 밀려”
채용자와 취업자 지위도 뒤집혀
서울 을지로1가 에스케이텔레콤 본사 사옥 모습.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서울 을지로1가 에스케이텔레콤 본사 사옥 모습.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이 5천여명에 이르는 직원 모두에게 800만원씩의 ‘임금 협상 타결 격려금’을 지급한다. 임금 인상 및 성과급과는 별도다. 지난해의 2배 수준의 격려금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텔레콤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꼽히는 이동통신 사업자답게 해마다 임금 협상 타결 시점에 전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금액이 공식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업체 홍보실은 “노조 쪽에서 흘러나간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임금 협상 타결 격려금은 이전에도 해마다 지급돼왔고, 올해는 800만원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그동안 꽁꽁 숨겨오던 임금 협상 타결 격려금 액수를 이번에는 왜 공개한 것일까. ‘넥슨 발’ 전 직원 연봉 일괄 인상 파장이 게임·아이티(IT)온라인쇼핑 업계와 스타트업을 넘어 통신사까지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서둘러 맞대응하지 않으면 곧 시작할 신입사원 공채 때 우수 개발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기존 개발자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소리를 크게 내며’ 금액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대학 졸업자들은 공기업·통신사·금융사들과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취직하고 싶은 회사’ 우선 순위로 꼽았다. 급여·복지 수준이 높고, 시장점유율 순위가 앞서며, 근무지가 서울에 있는 업체일수록 선호도가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아이티(IT)업체와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같은 게임업체가 치고 올라왔다. 개발자 쪽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시중은행이 주요 대학에 개발자 추천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개발자들이 게임사나 아이티업체에 가지 누가 은행 같은 곳에 가려고 하냐”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전문가가 팀원들까지 이끌고 대형 온라인쇼핑 업체로 옮겼다는 보도도 있다.

관련 발언도 잇따른다. 네이버 고위임원은 얼마 전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네이버와 다른 기업 공채에 중복 합격한 신입사원들이 어느 곳을 선택하는지를 분석했더니, 삼성전자와 중복 합격한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네이버 입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케이티 전직 최고경영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며 ‘졸업 뒤 어느 회사에 취직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게임업체를 꼽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 넥슨을 시작으로 게임·아이티·온라인쇼핑 업체들이 개발직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포함해 전 직원의 연봉을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 이상까지 줄줄이 올리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은 연봉인상 내역을 언론에 보도자료로 뿌리는 등 소리나게 알리면서 “우수 개발자 확보 목적이다. 공채로 개발자 수백명을 뽑겠다”라고 공공연히 밝힌다. “우리 회사로 오라”는 외침으로 읽힌다.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넥슨 제공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넥슨 제공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게다가 산업·재계 구도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티·게임 등이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선두 업체 창업자·오너들이 재계를 대표하기 시작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 겸 대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서울상의 부회장을 맡고, 환경·사회가치·지배구조(ESG) 경영을 앞장서 외치는 게 대표적이다. 국내 10대 주식 부호 가운데 절반 가량이 게임·아이티업체 창업자이고, 갈수록 느는 추세이다.

엔씨소프트의 한 임원은 <한겨레>와 만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게임·아이티업체에 취직했다고 하면 속된 말로 친구·동문들과 친인척들에게 ‘가오’가 서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인지도와 복지 등에서 아이티·게임업체들이 공기업·통신사·금융사·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앞서나가고 있다. 나아가 차세대 김범수·김택진을 꿈꾸며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 수요가 커지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 산업이 뜨는 것도 아이티 개발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존 게임·아이티 업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호재가 되면서 사업이 번창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우수 개발자 확보에 나선다. 동시에 쿠팡·토스·직방·빅히트 같은 비 게임·아이티 업체들도 비대면 서비스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고도화하기 위해 개발자 유치에 나선다. 우수 개발자 품귀 현상과 개발자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꼴이다.

한 대형 게임업체 임원은 “이전에는 기업이 개발자를 골랐다면, 지금은 개발자가 기업을 고르는 상황이다. 기업이 개발자에게 알랑방귀를 끼며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게 넥슨 발 직원 연봉 인상 파장이 게임·아이티 업계를 넘어 에스케이텔레콤까지도 임금 협상 타결 격려금을 공개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다른 통신사들은 물론이고 삼성전자·현대차 등과 시중은행들도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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