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통 큰 교체’라더니 언론 플레이한 건가요?”
요즘 인터넷 전기차 동호회에는 이 같은 소비자 불만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 화재로 연초 현대차와 엘지(LG)에너지솔류션이 배터리 전량 교체 방침을 내놨지만,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새 배터리로 교체 받을 수 있어서다. 한 코나 차량 보유자는 “배터리 리콜해준다고 해놓고 교체는 안 해주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해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전기차 화재 사고가 주로 발생했던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걱정도 커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동차 안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업계 사정도 이해해야 한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토부가 제작 결함이 발견된 코나 전기차의 리콜(시정 조치)을
발표한 것은 지난 2월 24일. 문제가 된 코나 전기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배터리를 납품한 엘지에너지솔루션은 3월 29일부터 배터리 전량 교체를 시작했다. 2018년 5월 11일부터 2020년 3월 13일 사이 생산한 코나 전기차 2만5083대(국내 판매 차량 기준)가 대상이다.
문제는 실제 배터리를 교체 받는 차량이 매월 2천 대 정도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차량 생산일이 빠른 순으로 배터리를 바꿔주고 있다. 현재까지 배터리 교체를 끝낸 차량은 전체 리콜 대상 차량의 30%가량으로, 가장 뒷순위인 2020년 초 생산 차량은 내년 중순에나 새 배터리를 교체 받을 전망이다. 리콜 발표부터 실제 조치까지 최대 1년 이상 걸리는 셈이다.
이처럼 리콜 기간이 길어지는 주된 이유는 배터리 공급 부족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확대로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배터리 물량이 밀려 있다 보니 별도의 리콜용 배터리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리콜 기간 단축에 난색을 보인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 측면에서 배터리를 수출해야 하는 회사 입장을 고려하면 기존 공급 계획을 바꾸면서까지 리콜용 배터리를 우선해서 공급하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도 리콜 유효 기간(제작 결함 시정 조치 기간)을 ‘1년 6개월 이상’으로 규정할 뿐 실제 조치 완료 기한을 별도로 강제하진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리콜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 새 국내·외에서 코나 전기차 화재가 3건 연이어 발생하며 불안감이 더 커져서다. 이 중 이달 1일 세종시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차량은 리콜 대상이었으나 아직 배터리 교체를 하지 않았다. 이 차량은 현재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코나 전기차 출시 이후 최근까지 발생한 화재 사고 18건 중 10건이 여름철인 6∼8월에 몰렸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우려를 낳는다. 다만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휴대전화의 경우 여름철 자동차 운전석에 두면 내부 온도가 올라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외부 열을 없애는 냉각수와 히트펌프를 장착해 화재와 인과관계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는 현대차가 리콜 조치 전반을 좌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배터리를 납품받기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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