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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일까, 아닐까

등록 2021-08-09 07:20수정 2021-08-09 07:47

한국·일본은 친환경차로 분류하지만 미국·유럽은 속하지 않아
서울~부산 왕복 800km 주행시 아이오닉5가 온실가스 덜 배출
“‘묻지마식 보조금’은 되레 전력 수용 늘리는 악영향 끼칠 수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차’일까 아닐까.

얼핏 답하기 쉬운 질문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일단 미국과 유럽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오는 2030년부터 현지 판매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채우기한 미국은 친환경차 범주에 하이브리드차는 넣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EU 지역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인데, 판매 금지 대상에 하이브리드차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그렇다’고 말한다. 우선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은 하이브리드차를 엄연한 친환경차로 분류한다.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누적 보급 대수 283만대를 달성한다는 정부 발표(친환경차 보급 5개년 계획)에도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절반(53%·150만대)이 넘는다.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등도 한국 정부와 같은 의견이다.

하이브리드차도 친환경차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곳에선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는 펄쩍 뛴다.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차를 더 팔아먹기 위해 억지 논리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한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의 꼬임에 속아 넘어간 걸까? 직접 계산해 봤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올해 1∼5월 국내 생산 전력 중 석탄과 가스 발전 비중은 지난해와 같은 62%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석탄·가스 발전 비중(49%)보다 훨씬 높다.

한국에서 전기에너지 1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459.4g(온실가스 배출계수, 2017년 기준)이다. 전력량 1kWh당 5.1km를 달리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약 800km)하면 약 72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주행거리 1km당 이산화탄소 91g, 108g을 배출하는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타고 같은 거리를 달릴 경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각각 73kg, 86kg이다.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간 많은 셈이다.

하이브리드차(좌)와 전기차의 내부 장치 개념도. 저공해차 통합누리집 캡처
하이브리드차(좌)와 전기차의 내부 장치 개념도. 저공해차 통합누리집 캡처

자동차와 연료의 생산부터 주행, 폐기 단계까지 생애주기 전부를 따져보면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송한호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오토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국내 준중형차의 경우 자동차 원재료와 부품 생산, 조립, 운행, 폐기 과정까지 고려할 경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다 쓴 배터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2018년 펴낸 보고서에서 “전기차도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 마모, 전기 발전 단계 등에서 상당한 미세먼지(PM10)를 배출한다”며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차를 온실가스 감축의 현실적 대안으로 쓰겠다’는 정부 대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은 “친환경차 정책은 각국의 전력 생산 구조와 사람들의 운행 습관, 연료 충전 편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신재생 에너지를 단시간에 대폭 늘리기 녹록지 않은 자연 여건과 전기차 충전이 어려운 아파트 중심의 주거 여건 등을 생각하면 당분간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와 병행해서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의를 염두에 두면 내연기관차 퇴출, 전기차 보급 확대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외려 기존 전력 생산 구조의 구조조정, 승용차 이용 억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 등이 빠진 ‘묻지마식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자동차 공급과 전력 수요를 대폭 늘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소득층에 보조금을 몰아주고, 정작 대중교통 타는 서민의 편익을 위한 친환경 교통 대책이 없는 ‘역진성’도 문제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녹색연합 운영위원)은 “탄소 저감에 가장 중요한 건 승용차를 아예 타지 않고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유럽도 지난 수십 년간 발전 구조를 바꾸고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 비중을 충분히 끌어올린 후 마지막 대안으로 전기차 보급 대책을 내놨다”고 짚었다. 그는 “명분이 좋다고 결과도 좋은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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