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찾아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듣고 있다. 창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22일 원자력발전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방안을 들고나왔다.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 중 925억원, 2025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 탓에 관련 기업들이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는 명분을 들어 원전산업 지원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원전 산업계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를 열어 원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에 따라 세계적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주요국들이 미래 원전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임에도 “그간 탈원전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는 일감 절벽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 산업이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아주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비난하면서 원전 분야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꾀하는 윤 대통령의 첫행보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창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 지원 방안 중 올해 긴급 발주하기로 한 925억원의 일감은 원전 예비품(필요할 때 쓰려고 준비해둔 물품)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설계 등과 관련돼 있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8조2600억원을 들여 1400㎿(메가와트)급 한국 신형 원전(APR1400) 2기를 짓는 내용이며 7천억원가량 투자된 상태에서 2017년 공사가 중단됐다. 산업부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공급하고 최대한 조기에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대규모 원전 일감이 창출되는 신한울 3·4호기는 전력수급 기본계획 반영 등 절차를 거쳐 조속히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 6700억원, 2023~25년 3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소형모듈원전(SMR)의 독자모델 개발·상용화를 위해 2028년까지 399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기술보증, 협력업체 융자 지원 등 올해 중 38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원전업계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중소 원전업체에는 정책자금 500억원을 공급하고 특례보증 500억원을 신설하는 등 총 1천억원 규모의 긴급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원자력 연구·개발에 대학 참여를 확대하고 고준위방폐물 융합대학원을 내년에 신설해 석·박사 인력을 매년 20명가량 키워내기로 했다. 원자력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원전산업에 유입되도록 인턴 채용 및 정규직 전환 지원, 원전기업 재직자의 역량 강화, 퇴직 인력 및 현장 실무 인력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건비의 40~80%를 4~6개월 동안 지원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원전 수출 확대 방안도 제시됐다. 다음달 민관 공동의 ‘원전수출 전략추진단’을 구성해 수주 역량을 결집하고, 주요 수출 전략국에 거점 공관을 두어 전담관을 파견하기로 한 게 그 일환이다. 또 원전 기자재 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맞춤형 입찰정보 시스템을 올해 하반기에 가동하기로 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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