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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2분기 최대 실적 정유업계, ‘부자 몸조심’ 나선 까닭은?

등록 2022-07-24 16:00수정 2022-07-25 02:49

지난 한달 동안 ‘정제 마진’ 90% 하락
금리인상 등 경기 침체·수요 하락 우려
시추 중인 석유와 가스. 게티이미지뱅크
시추 중인 석유와 가스. 게티이미지뱅크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정제 마진이 지난 한 달 동안 크게 하락했다. 2분기에도 국내외 석유·정유 회사들이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한 화석연료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고유가의 역설’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지난 한 달 동안 90% 넘게 떨어졌다. 6월 넷째주 평균 1배럴당 29.5달러였으나 지난 7월 둘째주에는 9.4달러로 떨어진 뒤 지난 21일 2.71달러를 찍었다. 이달 1~21일까지 평균가는 11.36달러로 4월 18.56달러, 5월 21.15달러, 6월 24.51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반토막이 났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 제품으로 만들어 판다. 정제마진이란 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의 원료비를 뺀 순마진으로, 4~5달러를 넘기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본다. 한국 정유업계의 시황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4~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과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삼성증권은 “미국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350만 배럴이 증가하는 등 전세계 휘발유 재고가 과거 5년 평균과 비교해 98%까지 다시 올랐다”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요량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석유회사들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유 증산’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하면서 장기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유도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 불안정성이 큰 원유보다 ‘에너지 자립’에 도움을 주는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이 더욱 거세질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회사들은 수십년을 내다보고 경제성을 따져 생산과 투자를 하는데,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생산·투자를 안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탄소중립(탄소 배출량 0) 과제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이에스지(ESG) 책임 경영 요구는 강해지는 추세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소비가 줄면서 탈화석연료 전환의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설비 투자에 적극적이었지만 결국 유가가 하락하면서 줄도산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셰일생산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중동 지역에서는 원유 공급량을 늘렸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지난 4월5일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브리피티페트롤리엄(BP) 정유소가 가스를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5일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브리피티페트롤리엄(BP) 정유소가 가스를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지난달 30일 ℓ당 전국 평균 2145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22일 기준 1960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소폭 하락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영향을 받아 지난 1일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4.7달러, 두바이유는 102.67달러로 최근 2주 동안 100달러를 기준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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