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난 7월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쉘주유소 모습. AP/연합뉴스
휘발유·경유값 고공행진으로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컸던 것과 달리 에스케이(SK)에너지와 에쓰오일(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은 전례없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세계 석유 메이저 기업들도 역대 최고 수준의 2분기 실적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결같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공급 대란이 일며 유가가 급등한 결과로, 메이저 석유 기업들도 ‘불로소득’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휘발유·경유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정유사와 세계 메이저 석유 기업들의 호실적 행진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선두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2분기 순이익이 178억5천만달러(약 23조3천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2위 석유기업 셰브론의 2분기 실적도 116억2천만달러(15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왕립 석유 회사로 영국에 본사가 있는 쉘과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2분기 순이익 역시 각각 115억달러(15조원)와 98억달러(12조8천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이번 주 초반 공개될 예정인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의 2분기 실적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 5대 석유기업의 2분기 순이익 총액이 500억달러(6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유가로 소비자들의 허리가 휘는 상황에서 얻은 ‘대박 실적’이라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세계 석유 기업들은 “수요 억제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선수를 친다. 벤 반 뷰류델 쉘 최고경영자(CEO)는 전례없는 실적 행진에 대해 “이런 이익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이 결정한 결과”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가 29일 보도했다. 쉘 최고경영자는 지난 21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선 “화석연료 공급은 조정돼야 하지만, 수요 감소가 먼저이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6월, 올해 세계 석유 소비량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횡재세 도입도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영국은 석유·가스 기업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익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 기업에 21%의 연방세를 추가로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헝가리 정부는 횡재세를 얹어, 석유·가스 기업 몰(MOL)에 대한 법인세를 25%에서 40%로 올릴 예정이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내리는 사이클을 고려해야 하고, 이중과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횡재세 논의는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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