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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원주민 소송에 사업계획 수정까지…SK E&S ‘바로사 가스전’ 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

등록 2022-09-05 17:38수정 2022-09-06 02:24

호주 규제기관 “가스전 파이프라인 신청 철회”
SK E&S “절차만 새로 밟으라는 것…더 빨라질 수도”
<가디언> “원주민들과 법적 다툼 등 우려 때문” 분석
4천억 투자한 수은, ‘탄소 포집·저장’ 성공 조건 투자
기후단체 “비싸지는 화석연료의 현 주소” 좌초자산 우려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호주 산토스와 우리나라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 등 호주 칼디타-바로사 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 사업자들이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기로 했다. 사업 계획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모습이다. 기후·환경 단체 쪽은 “지역 원주민들과의 법적 다툼과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의 성공 여부 등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며,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한겨레>가 호주 정부 및 호주 독립 해양에너지 규제기관(NOPSEMA) 누리집에 올려진 자료와 지난달 중순 이 규제기관 담당자에게 서면 질의를 보내 받은 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바로사 가스전 사업 가운데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운송용 파이프라인 공사 계획과 관련 인·허가가 철회됐다. 호주 규제기관 담당자는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 회신에서 “산토스가 바로사 가스전 파이프라인 설치의 연장을 제안한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호주 산토스는 일본 제라와 에스케이이엔에스와 손잡고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벌여왔다.

에스케이이엔에스는 이에 대해 “(가스 생산과 탄소·포집 저장 사업을 하기 위해) 사업계획 수정안을 호주 규제기관에 제출했으나 일부 문구 등을 이유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해서 철회했고, (문구를 수정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파이프라인 공사를 위한 추가 최종투자결정(FID)까지 완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사업 기간의 단축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 호주 산토스와 SK E&S 등 칼디타·바로사 가스전 사업자들이 수정 제출한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안. 지난달 호주 규제기관은 산토스사가 바로사 가스전에서 다윈 엘엔지 터미널까지의 가스관 건설계획 인허가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에스케이이엔에스는 “같은 안을 새로 다시 올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지난해 연말 호주 산토스와 SK E&S 등 칼디타·바로사 가스전 사업자들이 수정 제출한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안. 지난달 호주 규제기관은 산토스사가 바로사 가스전에서 다윈 엘엔지 터미널까지의 가스관 건설계획 인허가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에스케이이엔에스는 “같은 안을 새로 다시 올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다윈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사업장 면적은 서울시의 2배 규모인 1300㎢이다.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는 육상인 다윈시에 위치한 ‘다윈 엘엔지(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로 옮겨진 뒤 천연가스 하역과 이산화탄소 포집 절차를 거치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폐가스전인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운송해 바다 속에 매장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짜여져 있다. 이 가운데 탄소를 운송하는 다윈 엘엔지 플랜트에서 바유운단 가스전까지 5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은 이미 설치돼 있는 것을 재활용한다. 그러나 에스케이이엔에스와 파트너사들은 다윈 엘엔지 플랜트에서 바로사 가스전을 이어 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380~390㎞) 공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기존 탄소 포집·저장 용도의 파이프라인에 이를 연결하는 안을 냈다가 지난해 12월 아예 따로 건설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는데, 최근 이마저도 철회한 것이다. 에스케이이엔에스는 “폐가스전으로 탄소를 운송하는 관과의 연결 방법을 바꿔 공사기간을 단축했다”고 강조한다.

가스전 사업자들이 기존 계획을 철회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원주민들과의 법적 다툼이 꼽힌다. 바로사 가스전 인근 티위 제도 원주민들은 지난 6월 “인근 주민들과의 협의 절차가 부족한 상태로 가스전 시추 공사 인·허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호주 법원에 시추 인·허가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지난 3일 ‘산토스가 지난달 12일 규제기관에 낸 파이프라인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하며 “법적 도전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산토스 내부의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탄소 포집·저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에스케이이엔에스가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각각 4천억원씩 받기로 한 공적금융 투자금도 강제 회수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수출입은행에 확인한 결과, 수출입은행은 바로사 가스전에 4천억원 지원하기로 올해 5월 내부 결정을 마치며 “(향후 계획 미이행 시) 대주단 협의를 통해 금융계약 위반에 따른 일반적인 채권 회수 절차 등을 강구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에스케이이엔에스가 수출입은행에 제출한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통한 탄소 감축 계획’은 0.75MTPA(Million Ton Per Annual ·연간 75만톤) 이상이다.

앞서 에스케이이엔에스는 수은 등 공적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탄소 포집·저장 사업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탄소배출권 구매 등으로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시추하면서 직접 탄소 감축을 하지 않고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간접 감축을 하는 경우 윤리적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계획과 달리 공사기간이 늘어질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 부담과 배출권 구입 비용 등은 고스란히 사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쪽은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고자 폐가스전도 구입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후·환경 단체 쪽은 “점점 비싸지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시추의 단면을 확인할 뿐”이라고 밝혔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탄소 포집·저장을 위한 인·허가 절차만도 6~7가지 이상 더 남아있다”며 “사업자들은 가스 생산을 위한 4조원의 최종투자결정을 마친 뒤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추가 최종투자결정(FID)를 했다. 앞으로는 가스전을 시추하기 위해서는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포함해야만 한다. 바로사 가스전도 가스 생산이 비싸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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