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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이 TSMC보다 ‘RE100’ 속도 못내는 까닭은

등록 2022-09-13 05:00수정 2022-09-16 06:52

원전 몰두 새 정부에 ‘재생’ 말 못해
‘탈탄소가 경쟁력’ 대만과 대조적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RE100 참여 기업 및 관계기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SK수펙스, SK하이닉스,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애플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등 글로벌 RE100 또는 올해 시작된 한국형 RE100(K-RE100) 캠페인에 공식 가입하거나 가입 선언 후 승인 대기상태인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RE100 참여 기업 및 관계기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SK수펙스, SK하이닉스,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애플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등 글로벌 RE100 또는 올해 시작된 한국형 RE100(K-RE100) 캠페인에 공식 가입하거나 가입 선언 후 승인 대기상태인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 제조업 기반 대기업의 ㄱ부장은 “대만 티에스엠시(TSMC)와 삼성전자 아르이백(RE100) 선언 속도가 다른 이유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 등 인프라 차이”라고 꼬집었다.

아르이백은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지난 2월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국민 상식 용어로 부상했다.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전력의 탈탄소를 강제하는 대기업이 늘면서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 역시 탈탄소를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 대기업 중에선 현대자동차·에스케이(SK) 계열사 등 22곳이 선언했다. 가입 기업 수만 보면, 한국은 미국(96개), 일본(72개), 영국(48개)에 이어 세계 4위다.

삼성전자도 2050년을 목표로 조만간 국내 사업장에서의 아르이백(RE100) 선언을 할 예정이다. 미국·유럽·중국의 삼성전자 사업장들은 2018년에 이미 사용 에너지를 전부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약속을 했다. ㄱ부장의 말은, 경쟁사인 대만 티에스엠시가 2020년 7월 가입한 것보다 삼성전자가 2년여 늦게 글로벌 트렌드를 좇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에너지 업계는 대만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려 티에스엠시의 ‘탈탄소’ 경쟁력을 간접 지원한 것이 주효했다고 지적한다. 티에스엠시가 덴마크 풍력기업 오스테드와 920㎿급 해상풍력 발전소로부터 20년 동안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PPA)을 체결할 때 대만 정부가 송전망 이용료의 90%를 부담했다. 대만 정부는 2019년 전력법을 바꿔, 구글이 데이터센터 남쪽 100㎞에 양식장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워 장기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일본 소니는 ‘탈탄소’가 곧 경쟁력이라는 점을 들어, 2020년 11월 일본 정부에 직접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는 “소니 사장이 ‘애플의 아르이백 공약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일본에서 국외로) 이전할 수도 있다’며 정부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도 속사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여서 정부에 ‘재생에너지를 늘려달라’ 말을 못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원전 에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그린에너지’란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 쪽에서도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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