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동복댐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탑승한 배가 저수율을 살피며 운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가 절수 요청 재난 문자를 계속 보낸다. 그만큼 가뭄 상황이 심각하다. 정유·석유화학 시설은 식혀서 온도를 유지해야 해 공업용수가 필요하다. 산업단지에서 지자체 및 환경부 등과 대책을 협의 중이다.”
한 석유화학 기업 담당자 말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호남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업용수는 공장에서 소방용수, 냉각수, 보일러수, 생활용수, 공정수 등으로 사용되는 물을 말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를 가열해 정유를 하거나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얻는 설비를 가동하기 때문에 석유화학 관련 공장에서는 항상 물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월 말 현재 전남 지역 강수량은 805㎜로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 1340㎜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197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김영록 전남 도시사는 지난 21일 가뭄 대책 상황 보고회를 열어 “예비비, 특별교부세, 2023년 본예산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산단에는 지에스(GS)칼텍스·엘지(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의 생산시설이 있다. 한 업체 담당자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는 한 용수를 줄일 방법이 없다. 오래전부터 공업용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왔는데 설비 추가가 필요해 이행되지 못했다. 가뭄 대책도 절수 외에는 없다”며 “공업용수를 아낄 수는 없어 현지 인력들의 물 사용을 줄이고 있다. 물 부족이 이어지면 공장 가동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3월 대만에서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자, 미국 투자 전문 주간지 등은 “대만의 가뭄이 대만산 반도체를 수급하는 애플과 테슬라에도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대만 정부는 물 부족 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있는 타이중 산업단지 물 공급을 15% 줄였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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