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 없는 시간 단축
연장근로 단축서 한발 더 나가
“노동강도 강화 등은 지켜봐야”
유통업계 등 기업들 촉각
“분위기 살피며 검토하게 될것”
노동시간 단축논의에 좋은 신호
제조업·중기 영향은 제한적일듯
연장근로 단축서 한발 더 나가
“노동강도 강화 등은 지켜봐야”
유통업계 등 기업들 촉각
“분위기 살피며 검토하게 될것”
노동시간 단축논의에 좋은 신호
제조업·중기 영향은 제한적일듯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신세계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신세계가 8일 내년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임금 삭감 없이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파격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연간 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오이시디 평균 노동시간(연간 1763시간)보다는 306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법정 소정 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을 단축하거나 야간·휴일근로 등 연장근무를 축소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정부나 기업은 연장근로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신세계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소정 노동시간을 확 줄여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제니퍼소프트 등 일부 소규모 벤처기업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추가 고용 없이 이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올리기로 했다.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이후 업무영역 확장이나 시간당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강도 강화 등이 뒤따르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이마트 매장 직원의 월 임금(140만원 안팎)이 워낙 적다보니, 노동시간 단축을 이유로 삭감할 경우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변화는 당장 유통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 문제도 있어서 기업문화가 바뀌는 이런 정책은 다른 기업에 영향을 많이 준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사회 분위기를 살피면서 내부적으로 검토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쟁점인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도 좋은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는 정치권과 재계가 갈등 중인 ‘근로시간 단축’ 이슈와 맥락은 다르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일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연장근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정부도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만약 노동시간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면 정부의 행정 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신세계의 노동시간 단축이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비용 문제나 생산 시스템 차이 등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임금 수준이 높지 않아 근로시간을 단축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생산성 향상과 추가인력 고용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조일준 기자 dandy@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