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19년 영업이익이 27조7700억원으로 한해 전에 견줘 52.84% 급감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2018년 호황이었던 반면 지난해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감소로 불황이었던 영향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턴 회복 추세가 뚜렷해 “바닥은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30일 지난해 230조4000억원의 매출에 27조7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한 해 전에 견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48%, 52.84% 감소했다.
실적 악화에는 반도체 사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슈퍼 호황’으로 평가되던 2018년엔 반도체 부문이 44조5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체 실적(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견인했다. 그러나 그해 4분기부터 본격화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이 지난 한 해 내내 이어지면서 지난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인 14조2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사업의 양대 축인 스마트폰 실적도 지난해 부진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아이엠(IM·IT&Mobile Communications)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조2700억원으로 ‘10조원의 벽’이 무너졌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플래그십(주력 상품)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S10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1조500억원, 1조5800억원으로 2018년 32조4700억원과 2조62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의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적자 폭이 컸다.
텔레비전(TV)을 비롯한 소비자가전(CE)은 그나마 선방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조7600억원, 2조6100억원으로 2018년 42조1100억원, 2조200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어두운 한해였지만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이날 함께 공시된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은 매출 16조7900억원에 영업이익은 3조4500억원이었다. 전 분기 영업이익(3조500억원)이 3조 원대를 겨우 지켰던데 견줘 13.11% 증가했다. 반도체의 영업이익은 2018년 4분기 7조7700억원에서 2019년 1분기 4조1200억원, 2분기 3조4000억원으로 감소한 뒤 3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흐름이다.
시장에선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이에 견줘 다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특히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기대가 큰 데 대해 “수요 확대가 관찰되나 본격적으로 수요 반등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고려할 게 많아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디(D)램의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10%대 중반, 낸드플래시의 경우 20% 중후반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폴더블폰 추가 출시와 5세대(G) 이동통신용 라인업 확대로 올 1분기(1~3월) 매출은 개선되겠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21%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보다 보수적 태도를 보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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