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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쌍용차에 ‘비상 급유’만 해놓고 손 떼려는 마힌드라, 왜?

등록 2020-04-05 17:46수정 2020-04-06 11:15

[9년만에 다시 ‘파산·회생’ 기로에]
애초 약속한 2300억 신규투자 계획
코로나 여파 등 들어 ‘불가능’ 발표

내코가 석자인 마힌드라
인도 거품 붕괴 조짐에
3월에만 차 판매 90% 가까이 줄어

쌍용차, 판매 위축에 재무여력 작아
정부 손에 달려…“새 판 짜야”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해 충격을 주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해 충격을 주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쌍용차에 독자 생존을 요구했다. 쌍용차 자본확충을 위해 애초 2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이 계획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5천명의 일자리를 품고 있는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가 인수한 지 9년 만에 다시 파산과 회생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원 계획 재조정 방안이 국내에 전해진 건 지난 3일 밤 11시께다. 소식을 전한 주체는 쌍용차가 아니라 마힌드라그룹이 최근 계약을 맺은 국내 홍보대행사였다. 쌍용차를 거치지 않은 이례적인 발표 형식만큼이나 내용도 충격적이었다.

“(마힌드라는 특별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사업 부문에 대한 자본배분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와 미래의 현금 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쌍용차가 대안을 모색하는 동안 사업 운영을 위해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을 투입한다.” 최대 주주(지분율 74.7%, 지난해 12월 말 기준)로서의 책무를 놓겠다는 뜻이다.

.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애초 마힌드라는 지난해 수백억원의 추가 출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 2월께 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2300억원의 자금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비슷한 규모만큼 별도 지원해줄 것을 산업은행에 요청한 바 있다. 마힌드라가 입장을 바꿔 쌍용차에 독자 생존을 요구한 배경엔 쌍용차를 끌고 가기엔 역부족인 상황까지 내몰린 마힌드라 내부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마힌드라는 아이티(IT)·금융, 우주 등 여러 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그 중심은 총매출의 96%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농기계 사업이다. 대부분 인도 내수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문제는 2016년 이후 인도 경제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는 점이다. 인도 경제성장률은 해마다 1%포인트씩 낮아지더니 지난해 4분기엔 4%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마힌드라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4%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의 자회사 아이시아르에이(ICRA)는 1분기 성장률을 2.4%로 내다본다. <로이터> 등 외신은 지난달 마힌드라의 인도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88% 줄었다고 전한다.

마힌드라에 쌍용차가 돈을 벌어다주는 계열사도 아니었던 점 또한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에 인수된 이후 8년 동안 2016년 한해만 빼고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2800억원 남짓 된다.

마힌드라 등의 추가 지원이 없을 경우 쌍용차의 독자 생존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00억원으로, 지난 한해 종업원 급여로 나간 지출(4300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2540억원에 이른다. 차량 판매가 급격히 늘지 않는 이상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한 셈이다. 쌍용차 판매량(반조립품 포함)은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안팎 줄었다.

전문가들은 마힌드라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자가 등장하거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출자전환과 자본 출연 등의 과정을 거쳐 대주주가 되지 않는 이상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본다. 쌍용차의 운명이 정부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업은행은 애초 마힌드라의 추가 출자를 전제로 쌍용차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무 상환) 만기 시점이 아직 남아 있어 고민해볼 시간은 있다”고만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앞으로 쌍용차 같은 어려움에 처한 대기업이 속출할 텐데 그때마다 산은이 다 지원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현재 쌍용차 임직원(사외이사 제외)은 5040명이다.

김경락 박수지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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