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해 충격을 주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투자계획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쌍용차가 9년 만에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 3일 밤 마힌드라 쪽이 내놓은 쌍용차 지원 계획은 올해 초 약속했던 2300억원 신규 자본 투자를 철회하고 3개월간 일회성 운영자금 최대 400억원만 투입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누적 적자로 대규모 추가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워진 쌍용차에 인공호흡기만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쌍용차 경영에서 발을 빼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10년 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했던 쌍용차의 악몽이 재현될까 걱정스럽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그룹은 자동차·농기계 등에서 내수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2016년 이후 인도의 경기 둔화로 기업 경영이 급속히 악화되었다고 한다. 계열사로 편입된 초기 쌍용차는 안정화되면서 매출이 늘어났지만 적자폭은 더 빠른 속도로 커져, 인수 이후 2016년 한해를 빼곤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마힌드라는 수백억원의 추가 출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 초 23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비슷한 규모의 지원을 산업은행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대주주가 처한 곤경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처럼 기습적으로 최소한의 긴급처방만 하고 빠지겠다는 식의 선언은 납득하기 힘들다. 마힌드라는 보도자료에서 쌍용차 경영진에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하라고 제안했지만,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현시점에서 투자자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힌드라와 노동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그리고 정부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당장 회생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5천명이 넘는 쌍용차 임직원들, 그보다 훨씬 많은 협력업체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2009년 상하이차가 핵심 기술만 챙기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쌍용차가 정부의 외면과 금융권의 방치로 겪어야 했던 최악의 해고 사태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자구책도 필요하지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