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전자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회사 임원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경우 상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현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뇌물 공여 및 횡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이 원칙이 적용될지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5월2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9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보면, “임원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경우에 해당 재판 결과가 확정되면 사안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 법령을 종합하여 해당 임원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보고서는 이어 “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에는 상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해마다 작성되는 것이지만, 이런 내용은 이번에 처음 추가됐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담겨 있다. “현재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일부 임원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일부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해당 재판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어 현재 환송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 부회장의 재판을 빼면, 현재 삼성전자 임원이 관련된 파기환송심은 없다. 또한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에서 이 부회장을 뺀 나머지 인물 중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인물도 없다.
올해 처음 명시된 이 규정이 이 부회장에게도 엄격히 적용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어차피 유죄가 확정되면 현행법상 취업 제한에 걸리는 것이고, 확정되기 전에라도 상당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표현은 강제력이 있는 조항이 아니다”라며 “준법을 강조해 재판에 유리하게 적용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쌓기’로 보여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쪽은 “특정인을 지정해서 쓴 건 아니다”라며 “조금 더 투명하게 소통하고 상세하게 기술하기 위해 관련 내용이 업데이트됐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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