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직원을 동원해 선거인단에 참여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상직 의원(오른쪽). 공동취재사진
이스타항공의 대량 정리해고 후폭풍으로 내부 폭로가 잇따르면서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쪽의 부적절한 행태도 드러나고 있다. 이 의원 쪽은 임직원들에게 이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 후원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민주당 당내 선거 참여도 독려했다.
1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공개한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 내용과 증빙 자료를 보면, 2012~2016년 당시 정치 후원금 납부를 이스타항공 내부 위계를 활용해 임직원들에게 요구했다. 2012년 3월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이스타항공의 중간간부인 한 부문장은 소속 직원에게 보낸 단체 전자우편에서 “이상직님께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국민경선에 당선되시는 쾌거를 이루셨다. 자발적인 참여 협조를 바란다”며 이 의원 후원회 송금 방법을 안내했다. 이 부문장은 또다른 독려 전자우편에서 “메일은 삭제하고 출력은 하지 말아달라”는 문구를 적어두기도 했다.
2016년 12월에는 민주당 소속 다른 의원에 대한 후원금 납부를 독려했다. 이스타항공의 객실승무원은 회사원 익명 앱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팀장으로부터 ‘진급을 했으니 회사를 위해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연말정산 시 돌려받을 수 있으니 협조하라’는 취지로 김아무개 의원에 대한 기부금을 내달라 해서 바로 계좌이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계좌이체 내역도 첨부돼 있다.
또 이상직 의원 쪽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임직원을 동원한 것을 보여주는 녹취록도 이날 공개됐다. 이를 보면,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경영본부장)는 2017년 3월2일 회사 팀장과 지점장 등 중간간부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팀원들은 물론이고 친구와 형제들에게 ‘(선거인단 참여를) 10명만 해줘, 20명만 해줘’ 그렇게 모으면 엄청나게 크다(많다). 1000명도 할 수 있다”, “단체 카카오톡에서 매일 숫자 카운팅을 한다. 이 통계는 중앙캠프(문재인 후보 캠프를 가리킴)로도 간다”고 말하며 자동응답(ARS) 투표와 현장 투표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모집만 해놓고 다른 사람 찍으면 어떻게 하느냐. 문자(메시지)라도 한번 해야(보내야) 하니까 명단을 가지고 계셔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 전무는 19대 국회(2012~2016) 당시 이상직 의원 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이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당시 민주당 경선은 당원과 일반국민 모두에게 1인 1표를 주는 완전국민경선제 방식으로 치러졌다. 선거인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후보 선출의 핵심 관건이었다. 당시 이상직 의원은 민주당 전주을 원외 지역위원장으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이 녹취록은 당시 현장에 있던 이스타항공 직원이 음성 파일과 함께 노조에 전자우편으로 보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현재는 퇴직한 이 직원은 노조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회사와 무관한 정치 관련 활동을 지시하는 것에 묵과하기가 어려웠다. 직원 개인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 활동에 개입된다는 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녹취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유상 전무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 누구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직원 전체를 부른 것도 아니고 제가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과도 관계없다.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상직 의원과 관계없이 내가 (직접) 캠프에 몸담고 있었다”며 이 의원과의 연관성에도 선을 그었다.
박수지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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