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지난 7일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통보하자 야당은 물론 정부·여당에서도 이 회사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임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직원들을 선거인단 모집에 동원했다는 노동조합의 폭로까지 나와 여권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605명의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여당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특히 우리 당 국회의원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였던 만큼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타항공은 고용보험료 5억원 체납으로 고용유지지원금도 못 받아 가슴이 아프다”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여당 지도부가 이 의원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최고위원들을 따로 모아 이 의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군산을 거점으로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한 이 의원은 2012년 19대 국회에 들어오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를 만들어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으로 물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회사의 경영난으로 총 250억원 규모의 임금 체불 사태가 벌어졌고, 최근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편법 증여는 공정성 문제와 관련되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 상황에서 대량 해고를 유발했다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이라 당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스타항공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하자 “체불임금 때문에 쟁점이 될 때, (제주항공과의) 엠앤에이(M&A)가 막바지 무산되기 직전 두번 만나 (이 의원이)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국토위 회의에서 “(이 의원의 아들이 이스타항공의) 대주주가 된 나이가 16살이다. 이 의원 자녀가 3천만원으로 페이퍼컴퍼니 하나 만들어서 한달 만에 100억원을 조달해 이스타항공 주식 66.7%를 매입했다”며 “사실상 실소유주인 이 의원이 (고용)보험료도 떼어먹고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의원은 2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자녀들은 유복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고 직원들은 고용유지지원금도 못 받고 있다”며 “민주당이 약자와 실업자를 걱정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자녀의 168억5천만원 규모의 이스타홀딩스) 주식은 이미 지난 6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창업자로서 어려움에 빠진 이스타항공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정환봉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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