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자꾸 먹튀론을 거론하는 것은 스스로를 깎아먹는 얘기다.”
김화진 서울대 교수(법학)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계나 정치권 일부의 주장처럼 국내 주력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김 교수는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과거처럼 기업을 파괴하며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주주들과 기업 전체에 이익이 되면서 자신들도 이익을 얻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외국 펀드의 주주행동은 외려 장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외 연구들은 헤지펀드 등이 주주행동주의에 나설 경우 기업의 생산 효율성이 올라가고 혁신이 일어나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고 보고한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 등의 그릇된 경영적 판단을 감시·견제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중 투기성 자금 비중 자체도 크지 않다는 게 현실에 가깝다. <한겨레>가 입수한 금융감독원 내부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주식을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약 598조원·4만8천명) 중 투기성 자금은 20~23% 정도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투기성 자본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다.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 목적으로 매매회전율과 투자 기법, 근거지 등을 고려해 투기성 자금 규모를 추정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자금이거나 개인 자금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과 같은 연기금과 보험사가 16%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뒤이어 중앙은행(7%)과 싱가포르국부펀드(테마섹)와 같은 국부펀드(6%) 등이 있다. 투자 기간과 기법 등이 단기성이 옅은 펀드(25~28%)도 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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