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응봉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성수동 일대. 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 ‘공황매수’(패닉바잉)로 불붙었던 서울 20대와 30대의 아파트 매수세가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와 강서구의 경우 최근 1년 간 아파트 2채 중 1채를 2030세대가 매수했다.
2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2020년 7월~2021년 6월 1년 동안 이뤄진 아파트 매매거래 7만4885건 중 20대와 30대가 매수한 건수는 3만446건으로 40.7%를 차지했다. 2019년 7월~2020년 6월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10만4335건 중 3만5120건으로 33.7%였던 것에 견주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시기 2030세대 매수 비중은 월별로 31~36%를 오갔으며 40%를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으나 지난 1년 동안에는 2020년 7월(36.9%), 11월(39.3%), 2021년 4월(39.3%) 석 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40%를 웃돌았다. 2030세대라고는 하지만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30대가 압도적이다. 다만 지난해 7월 9.5%(2030세대 5907건 중 562건)였던 20대 비중도 꾸준히 늘어 올 6월엔 13.5%(1724건 중 233건)로 증가했다.
올 들어 서울에만 32만호를 공급한다는 2·4 공급대책이 발표됐고 높아진 호가로 인해 거래 위축 현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2030세대 매수세는 견조하다. 거래량은 2021년 1월 5945건, 2월 5435건, 3월 4495건, 4월 4194건으로 줄곧 감소했으나, 2030 매수 비중은 1월 44.7%에서 2월 40.1%로 줄어든 뒤 3월 40.6%, 4월 39.3%까지 등락이 크지 않았다. 5월에는 거래량이 5090건으로 다시 늘었는데 이때 2030 매수 비중도 42.1%(2144건)로 다시 반등했다. 6월 거래량은 4240건으로 다시 줄었고 2030 매수 비중은 40.7%(1724건)였다.
최근 1년 동안 2030세대 매수 비중이 높았던 자치구는 성동구(50.4%), 강서구(50.0%)로 2채 중 1채꼴로 2030세대가 매수했다. 영등포구(46.0%), 노원구(45.2%), 관악구(44.8%), 성북구(44.7%), 동대문구(44.7%), 구로구(44.4%), 서대문구(44.2%), 중랑구(44.1%) 등도 비율이 높았다. 2030세대 매수 비중이 가장 낮았던 하위 3개구는 강남구(30.8%), 서초구(30.0%), 용산구(29.9%)였다. 고가 주택 밀집지역 보다 중저가 위주로 2030 매수세가 쏠리는 모양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기존 유주택 중장년층은 대출이나 세금 등에서 주택구매가 어려운 상황이고 특히 30대의 경우 무주택 상태에서 대출 규제를 피해 생애최초 구매 등에 나서면서 수치 자체가 역전된 측면이 있다”며 “공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청약제도 자체가 가점이 낮은 2030세대에 불리한 데다 분양가가 시세 따라 올라가면서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자 대출이 열려 있고 상승 여력이 있는 재고주택 구매로 돌아선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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