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은 물량이 지난해에 견줘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10일까지(청약접수일 기준)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698가구)과 비교해 2.7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미계약 물량이 371가구에서 1573가구로 4배 이상 늘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을 마친 뒤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된 물량에 대해 청약을 받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뽑아 이른바 ‘줍줍’으로 불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미계약분은 애초 공급 시점의 분양가로 다시 공급되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청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집값이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1~11월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 무순위 경쟁률은 118.7대 1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경쟁률은 44.9대 1로 급락했고, 청약 미달도 속출했다.
지난 9월 경기도 의왕시에 공급된 한 아파트는 청약 당시 52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900명이 몰려 평균 5.6대 1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계약분 508가구가 나왔다. 이어 지난달 25일 무순위 청약에는 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의왕시의 집값 하락세로 인해 전용면적 59㎡가 7억원대 수준인 이 단지 분양가격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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