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매슈 매코너헤이가 7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설 중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숨진 아이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부모들은 아이들의 꿈이 살아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의 꿈이 계속되고, 아이들이 떠난 뒤에도 뭔가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의 상실이 어떤 의미를 갖기를 원하고 있었다.”
보통 대변인이나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서는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7일(현지시각) 할리우드 유명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52)가 섰다. 그의 고향은 아이 19명과 교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가 미국 사회를 다시 큰 충격에 빠트린 초등학교 총격 사건의 무대인 텍사스주 유밸디다. 지난 한 주간 고향에서 아내와 함께 희생자 부모들을 위로했다는 그는 워싱턴으로 날아와 총기 규제를 호소했다.
매코너헤이는 이날 20분에 걸친 열정적 연설로 돌격소총 구매 가능 연령을 올리고,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 제한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생물학자가 되고 싶던 아이, 파리의 예술학교에 가고 싶다던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총기가 앗아간 9살, 10살짜리 아이들의 꿈을 얘기했다. 공격에 사용된 AR-15 소총의 파괴력이 너무 커 디엔에이(DNA) 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했을 정도였다는 얘기도 했다. 해양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던 여자아이는 늘 신고 다닌 녹색 캔버스화로 신원을 확인했다며 그 캔버스화를 가리켰다. 캔버스화를 무릎 위에 놓고 있던 매코너헤이의 아내는 고개를 숙이고 훌쩍였다.
매코너헤이는 이번 비극을 통해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을 향해 반목하지만 말고 “미국인들을 대표하는 공동의 테이블로 와달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살고 있는 중간 지대를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매코너헤이는 브리핑룸에 들르기 전, 이번 사건 뒤 의회에 총기 규제 강화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잠깐 만나기도 했다. 오전에는 의회에 들러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나 의회의 역할을 요구했다.
매코너헤이는 지난해 텍사스 주지사직 도전 의지를 보이다 뜻을 접은 바 있다. 지금은 그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코너헤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올라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 근절을 촉구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