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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바이든, 또 “대만 침공 땐 미군이 방어”…전략적 모호성 흔들

등록 2022-09-19 13:53수정 2022-09-19 20:47

CBS 인터뷰서 ‘전략적 모호성’ 배치 발언
비슷한 취지 발언 네번째…이번이 가장 명확
‘우크라이나와 달리 개입하냐’에도 “예스”
펠로시 대만 방문, 대만법안…대중 강경몰이
‘러시아 지원하면 투자 중단 경고’ 발언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록에 글을 쓰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록에 글을 쓰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이 중국에게 공격받으면 미군을 투입하겠다고 또다시 말했다. 이 발언을 둘러싼 거듭된 논란에도 벌써 네 번째 같은 얘기를 쏟아낸 것으로, 미국-중국-대만 삼각관계의 핵심인 ‘전략적 모호성’이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방영된 <시비에스>(CBS) 방송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중국의 공격 때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실제로 전례 없는 공격이 가해진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군이 침공한다면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미군 병력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확인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대만이 침공 당하면 미군을 투입한다는 입장을 거듭 명확히 밝힌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애초 1954년 말 방위조약을 맺었지만,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이를 폐기했다. 또 중국이 중시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대만과 단교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중국이 침공할 경우 군사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다만 1979년 만든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대만의 자위에 필요하다고 보는 무기를 판매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방어용 미군 투입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8월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언급하며 “일본, 한국,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같은 해 10월 <시엔엔>(CNN) 방송 행사에서는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했다”고 답했다. 올해 5월23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침공한다면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말을 내놓을 때마다 미국 안팎에선 ‘전략적 모호성’ 개념을 숙지하지 못해서 나온 실언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었다. 백악관도 서둘러 ‘하나의 중국’ 원칙과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되고 있다며 뒷수습을 해왔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 발언이 논란이 된 이튿날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바뀌었냐’는 기자들 질문에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이미 숱한 논란을 겪은 사안에 대해 또다시 군사 개입을 공언한 것이라 과거 발언들과 무게가 다르다. ‘전략적 모호성’이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3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달 14일 상원 외교위원회의 대만정책법안 가결 뒤 이런 발언이 나온 점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해 중국의 격한 반발을 불렀다. 상원에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대만정책법안은 대만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처럼 대우”하고 65억달러(약 9조원)어치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9년 이후 40여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대만 정책이 큰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대만 방어 의지를 강조하고 ‘중국 때리기’를 강화하는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선명성 경쟁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론하면서도 “대만은 독립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독립을 격려하지 않는다. 그들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라고 했다. 대만인들이 선택한다면 ‘두 개의 중국’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들리는 말이다.

이번에도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진의를 묻는 언론 질의에 ‘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는 해명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과거보다 섬(대만) 방어에 미군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더 분명히 표현한 발언”이라고 짚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올 2월 시 주석과 통화하면서 “미국인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중국이 위반하는데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다면 동맹국들과 연대해 투자 중단 카드를 꺼낼 것이라며 시 주석을 압박했다는 의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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