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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세계 경제 침체 확률 98%” 전망까지…미 증시 3대 지수 모두 약세

등록 2022-09-27 14:44수정 2022-09-28 02:31

이달 13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이 피곤한 듯한 몸짓을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이달 13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이 피곤한 듯한 몸짓을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98%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왔다.

26일(현지시각) 뉴욕 증시 우량주들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 떨어지면서 베어마켓(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장)에 들어섰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한 이 지수가 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먼저 베어마켓에 진입한 에스앤피(S&P)500지수 및 나스닥지수와 함께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베어마켓에 들어서게 됐다. 이날 에스앤피500지수도 1% 떨어져 2020년 12월 이래 최저에 이르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6% 하락했다. 금리인상 흐름 속에 경기 전망이 더욱 흐려지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0년 4월 이래 가장 높은 3.898%까지 올랐다.

미국 금융시장이 추락하는 것은 실물경제 침체 가능성과 함께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워싱턴 포스트> 주최 행사에서 “영국 정부의 계획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은 정말 우려스럽다”며 “핵심 질문은 ‘이런 상황이 결국 미국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고려 요소인 유럽 경제를 약화시킬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은 더 굳어지는 모양새다. 투자자문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날 자신들이 쓰는 예측모델에 따르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98%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경기침체 예측모델에서 이 정도로 높은 확률이 나온 때는 코로나19 탓에 세계 경제가 역성장한 2020년과 ‘리먼 사태’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업체 ‘홈리치 버그’의 최고투자책임자 스테퍼니 랭은 “우리가 지금은 침체기에 진입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곧 그렇게 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세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조 역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 ‘강달러’ 현상이 가속화되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양쪽 모두에 더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보스틱 총재는 “(경기침체 우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통제”라며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시장에서 모든 방향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동성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의 발언은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취지의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의 태도와 궤를 같이한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더 제약적인 통화정책의 결과로 연착륙 확률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전에 기준금리를 조정한 때인 7월만 해도 경기침체가 불가피하지는 않다던 태도에서 ‘침체 감수론’ 쪽으로 기운 듯한 발언이다.

연준은 이번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예측했다. 6월에 전망한 1.7%에서 대폭 낮춘 것이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 연율은 -1.6%, 2분기는 -0.6%다. 2분기 성장률 집계가 나올 때만 해도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연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를 누르기 위한 금리인상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속에 이런 목소리는 작아지고 있다. 어느새 침체 감수론이 대세가 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6일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6월 전망 때보다 0.7%포인트나 낮췄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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