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서 한 주민이 파괴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러시아 지도부한테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목표로 하는 ‘뉘른베르크식’ 특별법정 설치 결의안 초안이 유엔에서 회람되고 있다.
<가디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구하는 특별법정 설치 결의안 초안이 회람에 들어갔으며, 미국이 이에 미온적인 기존 입장을 바꿀지가 주목된다고 4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은 러시아군이 어린이 400여명을 비롯한 민간인 7500여명을 살해한 것 등을 놓고 관련자들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추진해왔다. 이에 맞춰 상설 전범 재판 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는 재판에 대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 체제로는 전쟁범죄에 대한 근본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특별법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차대전 뒤 나치 수뇌부를 처벌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처럼 광범위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쪽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신병이 확보된 잔학 행위 가담자들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이 재판소의 설립 조약에 참여하지 않은 러시아 지도부의 포괄적 침략 행위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의 요구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수뇌부를 겨냥한 처벌 준비 작업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러시아 쪽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특별법정은 국제적 합의로 만든 상설 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도 반론도 나온다.
미국의 베스 밴샤크 국제형사사법 대사는 최근 한 행사에서 ‘뉘른베르크식’ 특별법정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는 유엔총회에서 지지를 받느냐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특별법정 설치에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결석 재판으로나마 러시아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유엔헌장을 명백히 위반해 전쟁범죄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미국이 비밀 해제해 법정에 제공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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