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에서 미군과 한국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고 있는 미국 B-52 폭격기. 공군 제공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위원회가 재배치 여부 결정은 유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비하는 모의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권고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조건으로 부분적 제재 완화를 추진하자고도 했다.
이 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내놓은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핵에 맞서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저위력 핵무기 재배치에 대비해 최종 결정 전에 기초 작업이 필요하다”며 모의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술핵 재배치는 잠수함발사 순항 핵미사일 전개나 한-미의 핵 공동 기획 체제 출범 등 기존 확장억제 강화책이 소진됐을 때에 한해 고려해야 한다며 “그 시간표나 저위력 잠수함발사 순항 핵미사일 또는 중력폭탄 같은 무기의 범위는 신중하게 모호한 상태로 남겨놔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모의훈련을 통해서는 환경 영향, 지역과 시설 지정, 미군 F-16이나 F-35 전투기 등 운반 수단, 완공에 2~3년이 걸릴 저장 시설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억제 효과라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면서도 “최종 결정 전 준비 작업은 핵 확산의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도 동맹들에 대한 공약과 북한에 대한 단호한 결의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한-미가 일본까지 포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비슷한 ‘핵 기획 그룹’을 구성하고, 영국과 프랑스 같은 핵보유국을 추가한 다국적 핵우산 제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략자산을 투입하는 ‘블루 라이트닝’ 같은 훈련을 한-미-일이 함께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필요하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한국 전투기의 미군 괌 기지 배치도 검토하자고 했다.
이런 권고는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과 재배치 불가론 사이에서 절충점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미국과 핵전력 전개를 공동 기획하고 공동 연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북한은 무기 개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외교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 안보를 위한 핵무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부분적 제재 완화와 임시적 에너지 공급 대가로 북한의 장거리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이끌어내는 임시적 조처”를 출발점으로 삼자고 했다. 이런 조처는 북한의 협조 계속 여부에 따라 되돌릴 수 있어야 하며, 이후 상호 위협 축소, 정치적 관계 정상화, 미군 유해 송환, 평화체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핵물질 생산 동결, 핵물질 생산과 핵무기 제조 시설의 검증을 거친 폐쇄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겸임하는 대북특별대표를 전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 위원회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공동 위원장이고,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등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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